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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 불황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김규철(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토지환경과장)

  • 기사입력 : 2022-06-13 20: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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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45억년 역사가 1년이라면 사람의 시간은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나타났다. 만약 지구 크기를 사과에 비유한다면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땅은 32분의 1조각 정도이다. 지구상의 물을 100개의 유리컵에 나눠 담는다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딱 1컵 뿐이다. 44억9999만년의 시간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었다. 1만년 전부터 농경문화가 시작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은 지구 나이 45억년 중 겨우 1만년이다. 20만년전에 이미 현대인의 지능을 가지고 나타난 인간이 왜 1만년 전이 돼서야 농경과 정착을 기반으로 한 문명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역사적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3℃ 내려간 적이 두 번 있었다. 이때를 소빙기라고 한다. 우리 조선역사에도 기록이 있다. 조선팔도 흉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현종 12년(1670~1671년) ‘경신대기근’과 숙종 21년(1695~1696년) ‘을병대기근’이 있었다. 2년 동안 200만명 이상 기아사(飢餓死)했다. 오죽하면 경신대기근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식인사건이 을병대기근에서도 일어났지만 처벌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조선시대 인구의 5분의 1이 죽은 것이다.

    1만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지구 온도가 조금씩 빠르게 오르고 있다. 1985년 북극은 대부분 얼음이 뒤덮여 있었다. 33년 후 2018년 북극은 거의 모든 얼음이 녹아 버렸고 얇은 얼음층만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겨울철 이상기온, 계절에 맞지 않는 태풍, 장기간 가뭄, 겨울에서 바로 여름이 오는 것,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대형 산불, 갑작스런 꿀벌의 멸종 등 지구가 더워지면서 오는 현상들이다. 심리학자나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길어야 100년인 생명이 긴 지구의 역사에 비해 너무 짧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기후변화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태생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이제는 코로나 사태 영향 등과 상관없이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1℃만 더 오르면 그때부터는 아무런 자극이 없어도 지구 온도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발표한 특별보고서에 지구온도 상승을 1.5℃에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전 세계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 징후를 막지 못하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초기 대응을 넘어선 기후변화 이후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빌 게이츠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해온 과거 어떤 과제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과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나긴 기후불황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김규철(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토지환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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