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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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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중독재활복지사 한부식 김해 DARC리본하우스 원장

한때 철없던 마약 중독자, 이젠 희망 주는 ‘봉사 중독자’

  • 기사입력 : 2022-06-15 20: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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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독(中毒).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하지 못하는 상태. 누구나 병원에 입원하면 퇴원 날짜를 기다린다. 하지만 중독자들은 퇴원일이 두렵다. 갈 곳도 없고 반길 사람도 없다. 다시 중독에 빠져들 위험도 크다. 이런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한때 마약 중독자였지만 이제는 ‘봉사 중독자’이다.

    김해에서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는 시설인 ‘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민간약물중독재활센터)리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부식(56) 원장은 지난 2020년부터 마약·알코올·도박 등 각종 중독으로 힘들게 사는 이들을 위해 1년 365일 내내 시설에서 같이 먹고 자며 도움을 주고 있다.

    중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한부식 DARC리본하우스 원장이 중독 재활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솔희 VJ/
    중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한부식 DARC리본하우스 원장이 중독 재활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솔희 VJ/


    과거 부산서 고등학생 때 마약에 손대
    20대에 사업 성공했지만 1997년 수감
    출소 당일부터 마약에 취해 한없이 추락


    ◇어두웠던 과거= 그는 과거 마약 중독자였다. 고향인 부산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필로폰, 대마 등 각종 마약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20대에 사업에 크게 성공해 30여 명의 직원을 두며 돈 좀 버는 사람만 탄다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당시 사람들은 마약이 부와 명예가 있는 특권층만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도 마약이 단순한 놀이, 특권의식이라고만 여겨 한 해 마약구입비로 수천만원을 쓸 정도였다.

    사업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97년도에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초범이란 이유로 45일 만에 풀려났다. 출소 당일 다시 마약을 찾으며 그의 인생은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했다. 성격이 예민해지고 물건을 부수는 등 폭력적으로 변해 가족들이 떠나갔다. 결국에는 잘 나갔던 사업도 문을 닫게 됐다. 은행에서 담보대출 연장만 하면 될 간단한 문제였는데도 마약에 취해 있어 하지 못했다.

    한 원장이 직접 ‘희망’이라고 새긴 서각을 중독 재활 치료자들의 방에 걸고 있다./이솔희 VJ/
    한 원장이 직접 ‘희망’이라고 새긴 서각을 중독 재활 치료자들의 방에 걸고 있다./이솔희 VJ/


    2007년 재수감 된 자신의 모습에 충격
    출소 후 부곡병원서 1년간 치료에 전념
    원장님 권유로 중독재활복지학과 진학


    ◇20년 만에 제대로 본 얼굴 “웬 노인이”= 그는 2007년도에 교도소에 재수감되면서 찍은 ‘머그샷’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씨는 “마약을 한 지 20년 만에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웬 60대 노인이 있었습니다. 종일 울었습니다. 그때 같은 방에 있던 수감자가 부곡에 가면 약을 끊을 수 있게 도와주는 병원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출소 후 주머니에 단돈 5000원만 있는 거지꼴로 병원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의 병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마약을 끊으면서 우울증이 와 성격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져 의료진을 괴롭히거나 환자들과 싸우는 일이 빈번했다. 매번 마약이 다시 생각나 퇴원도 생각했지만 이미 벼랑 끝까지 왔다는 생각에 참고 버텼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조성남 부곡병원 원장은 “나를 평생 보면서 시키는 대로 하면 마약을 끊을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해 공부부터 시작해라”고 말하며 그에게 제안했다. 한씨는 제안을 받아들여 원광디지털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에 입학해 학업에 열중했다.


    고향 등지고 김해 어방공단에 터 잡고
    일용직으로 일하며 7년 만에 대학 졸업
    중독자 도우려 각종 자격증 취득


    ◇마약 중독자에서 중독재활복지사로 탈바꿈= 그는 부곡병원에서 1년간의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고향인 부산에 돌아가면 다시 마약에 손을 댈 거 같다는 생각에 아는 사람 없는 김해 어방공단에 터를 잡았다. 공단 식당에서 배달일, 공장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식당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몸과 정신은 힘들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넘쳐 7년 동안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대학을 졸업했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벗어났다.

    이때 그는 자신과 같은 중독자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중독재활시설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 가야대와 인제대에서 석·박사 과정과 시설 설립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그는 일본에서 두 달 동안 수십 곳의 중독재활시설을 방문해 시설 운영법, 재활 프로그램 등을 배웠고, 마약 중독자들을 돕는 일본의 다르크 재단의 지원을 약속 받기도 했다.

    중독 재활 치료자들이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서각을 배우고 있다./한부식 원장/
    중독 재활 치료자들이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서각을 배우고 있다./한부식 원장/

    그는 이제 한국에서 중독재활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귀국해 보건소 정신보건팀에 가서 시설 인가 요청을 했다. 하지만 그가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설립 인가 조건이 바뀌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해 설립이 어려워졌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중독치료 전문 병원인 한사랑병원에서 1년간 연수받으며 자격증을 취득했다. 연수받으며 중독자들은 어떻게 상담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와 각종 행정 업무 능력을 터득했다. 시설 설립 자격을 갖춰 지난 2020년 김해시 외동에 60여 평 규모의 중독재활시설 ‘ DARC리본하우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10명의 중독자가 리본하우스를 거쳐 갔다. 이 중 3명이 중독을 끊고 직장도 얻어 가정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4명이 생활하고 있다.

    중독 재활 치료자들이 사용하는 방. /이솔희 VJ/
    중독 재활 치료자들이 사용하는 방. /이솔희 VJ/

    시설은 단계별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게끔 하고 있다. 1단계는 입소자의 욕구와 문제 파악을 해 일상생활 훈련을 진행한다. 2단계는 독립해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도와주고 직업 알선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 마지막 3단계는 사회에 돌아가기 직전인 만큼 직장 생활로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퇴소 후에도 중독에 빠져들지 않게끔 교육한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요리 교실, 다도, 서각, 운동, 문학 교실 등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입소자들은 다시는 중독에 빠져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업과 건전한 마음을 얻어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중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한부식 DARC리본하우스 시설장이 중독 재활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희 VJ/
    중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한부식 DARC리본하우스 시설장이 중독 재활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희 VJ/

    2020년 김해 외동에 중독재활시설 설립
    1년 365일 입소자들과 같이 먹고 자며
    각종 프로그램·직업 알선 등 재활 도와


    “연 4000만원 넘는 운영비 들어가지만
    정부 예산 한 푼도 못 받아 자비까지 써
    중독재활시설 한국에도 많아졌으면”


    ◇자비 써가며 중독 예방 노력= 한국의 마약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재활 시설은 현저히 부족하다. 병원에서는 최대 1년까지만 치료받을 수 있기에 퇴원하면 재발 우려가 높다고 한다. 리본하우스는 연 4000만원 넘는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정부로부터 예산지원 한 푼도 못 받는 형편이다. 소정의 입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부족해서 한 씨의 자비를 쓰고 있다. 그는 “마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중독자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재활을 할 시설이 필요한데 한국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김해시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예산 부족의 이유로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운영 초반에는 수백만원의 사비를 썼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한 달에 8번 정도 창원보호관찰소나 각종 단체에 교육을 다니며 중독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으로만 끝내지 않고 지속해서 연락해 중독을 완전히 끊도록 도와주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중 만난 마약 중독자를 설득해 시설에 입소시키고 취업도 도와줘 새 삶을 살게끔 해줬다.

    한부식 시설장이 한 평 남짓한 업무 공간에서 행정 업무를 보고 있다. /이솔희 VJ/
    한부식 시설장이 한 평 남짓한 업무 공간에서 행정 업무를 보고 있다. /이솔희 VJ/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설에서 중독을 완전히 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입소자들을 보면 본인이 회복된다고 말한다.

    “끊기 힘든 중독을 시설에서 치료하고 직장도 가져 가정으로 돌아가는 입소자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저도 마약 중독자였기 때문에 그 힘듦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최근에는 한 친구를 대학에 보내려고 해요. 자격증만 있으면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거든요. 그 친구만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앞으로 이 시설에서 회복된 사람들이 시설을 운영할 수도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목표가 이뤄지면 그때 쉬려고 합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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