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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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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6-23 2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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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 지방선거 결과 경남의 18개 시·군 가운데 12개 시·군의 시장·군수가 새 인물로 교체됐다. 수장이 바뀐 시·군은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좌불안석,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해야 하는 이들, 바로 공무원들이다. 시·군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이들은 새 수장이 오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걱정으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 스스로도 새 시장·군수의 성향과 업무 스타일 등을 토대로 곧 다가올 인사를 미리 예상하기도 한다. 또, 예상을 넘어 근거 없는 소문이 풍선처럼 부풀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살생부 설이다. “살생부 명단이 있다더라”, “누구는 어젯밤 늦게 당선자 집에 찾아 갔다더라” 등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는 말들이 복도를 타고 돌기도 한다.

    장이 바뀌면 여러모로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우선 챙겨야 할 정보가 많아진다. 새 수장의 성향도 파악해야 되고 그의 측근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야 앞으로 4년의 공직생활이 편해진다는 게 공무원들의 믿음이다. 수장이 교체된 이후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어진 사례를 수없이 지켜봐 왔기 때문에 생긴 믿음일 것이다.

    때로는 각 시·군의 인수위원회 활동에서 이 같은 상황을 알 수 있는 힌트들이 살짝살짝 비춰지기도 한다. 천영기 통영시장 당선인은 인수위 첫날 업무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이례 없는 관권선거였다”고 말해 공무원들을 잔뜩 주눅 들게 만들었다. 이후 통영시 관가 안팎에서 살생부설이 나돌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박종우 거제시장 당선인의 경우 당선 소감에서 “유능한 공무원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시정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 당연한 이 말도 여러 버전의 해석과 함께 공무원들의 입을 타고 회자되고 있다. “누구는 당선자의 고향 선배라서, 혹은 후배라서 득을 볼 것”이라는 논리 빈약한 예측들이 찌라시처럼 돌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의회와 갈등을 겪었던 고성군도 군수 교체에 따른 갖가지 소문과 억측들이 관가 주변을 안개처럼 맴돌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새 수장이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인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인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 이들이 생겨난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해관계에 얽힌 인사는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새 수장들이 알아 줬으면 한다. 한편으로 일선 시·군의 공직자들도 스스로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이 되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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