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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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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디그니타스- 김병희(지방자치여론부장)

  • 기사입력 : 2022-06-28 20: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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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희 지방자치여론부장

    최근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 발의를 계기로 재점화됐다. 지난 2018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후 일었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를 통해 회복 불가능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종교계는 “죽음을 권리로 보장해 달라는 것은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비윤리적 행위로 환자에게 죽음이 강요될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조력 존엄사법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에 한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에게 약물 처방 등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 스스로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의사가 직접 진정제 투여, 연명치료 중단 등을 통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 구분된다.

    조력 존엄사법을 지지하는 찬성 측은 “말기 환자의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반면, 종교계 등 반대 측은 “죽음을 권리로 보장해 달라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프랑스 유명 배우 알랭 들롱(87)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의사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안락사는 불법이나 2005년 레오네티 법을 통해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환자의 경우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디그니타스는 말기 질병 및 또는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조직원에게 보조/동반 자살(안락사)을 제공하는 스위스의 비영리 기구이다. 디그니타스 최초 가입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불치병이어야 하며 둘째, 견딜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어야 하며 셋째, 통제 불가능한 고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디그니타스의 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최종 승인을 받은 환자 중 80%는 도중에 조력 자살을 포기한다고 한다.

    지인이 암 환자여서 많은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 손을 놓아줘(디그니타스로 가는 4일간의 여정)’ 이 책은 루게릭병에 걸린 아버지가 스위스 디그니타스에서 안락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며칠 간의 여정을 600장 넘는 글로 적어 냈는데, 아픈 아버지와 이 상황이 안타까운 아들들의 대화와 행동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아픔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본인이 사전에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공공기관에 등록해야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김병희(지방자치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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