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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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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6월을 보내며- 정해룡(시인·전 통영예총 회장)

  • 기사입력 : 2022-06-29 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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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큰 인기와 화제를 모았던 연속극 ‘모래시계’의 주제가인 〈백학〉은 다게스탄의 위대한 민족시인이자 러시아의 시단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라술 감자토비치 감자토프’의 민족색이 짙은 서정시이다. 〈백학〉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유혈의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 낯선 땅에 쓰러져/ 백학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이따금 드네// 저들이 저 먼 시간에서 날아와서/ 울부짖는 것은/ 우리가 자주 슬픔에 겨워 하늘을 보며/ 침묵하기 때문이 아닐까?// 피곤에 지친 새들이 떼를 져서/ 석양 안갯속을 날아다니는데/ 저들 무리 속 작은 공간은/ 나를 위한 것인가// 학의 무리처럼 새 날이 찾아들면/ 나도 그들처럼 회색 안갯속을 훨훨 날아 보리/ 이 땅에 남겨진 우리 모두에게/ 하늘 아래서 새처럼 울부짖으며』

    제2차 세계 대전 때 전사들과 직접 참전해 독일군과 싸웠던 감자토프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백학을 병사들의 넋이라고, 죽어간 병사들이 백학이 돼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그들의 조국과 부모에게 위로해 주고 있다.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죽은 병사이든 포로이든 전쟁이 끝나면 이렇게 한 마리 백학이 돼 그들의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쟁에서 승패가 갈리면 반드시 포로가 있기 마련이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포로가 된 병사가 귀환하지 않으면 국가는 포로를 돌려받기 위해 끈질기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전쟁터로 내몬 병사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책무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미국을 따라갈 나라는 없을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하건 자국의 이익을 위하건 이국땅에서 싸우다가 전사한 용사들의 시신을 찾지 못했을 때,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 비용이 아무리 많이 발생하건 지구상 어느 곳이든 불문하고 철저히 찾아내어서 그들의 유해를 정중히 모셔가고 있다. 미국이 월남전쟁 때 전사한 3구의 유해를 발굴하던 중, 유해 1구는 우리나라 어느 병사의 유해로 판명돼 다행히 국내로 송환된 적이 있었고 일본의 진주만 폭격 때 사망한 미 해병의 유해를 62년 만에 찾아내어 가족의 품에 안겨주었으며 북한에서도 종종 미군의 유골이 발견될 때, 적절한 보상을 지불하고 성조기에 쌓여 최고의 예를 갖추어 그들의 고국으로 송환되는 광경을 볼 때마다 미국의 현역군인들에겐 불굴의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죽은 병사들의 넋은 최대한으로 위무해주며 그들의 가족에게도 조국애와 함께 명예를 드높여 주는 그런 미국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지금도 북한에 6·25 전쟁 국군포로가 수백 명이나 억류돼 있다고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억류돼 있는 전쟁포로는 당연히 송환시켰어야 했고 또한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했음에도 지금까지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로부터 북한에 억류돼 있는 수백 명의 국군포로에 대한 송환이나 생사를 확인했다는 그 어떤 정보도 들어본 적 없다.

    아니, 6·25 전쟁 국군포로의 송환이나 확인은 고사하고 문재인 정부의 해양수산부 소속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2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사살되고 불태워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도 자국민을 보호하거나 송환시키려는 시도는커녕 오히려 ‘월북 몰이’로 일관해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꽝꽝 박았다. 해양수산부 소속 이대준씨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의 피붙이었고 그들의 지지자였다면 그들은 이대준씨를 그대로 방치하진 아니했을 터이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가 필사적으로 중국으로 탈출해 귀국하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지금쯤 죽음을 앞둔 우리의 백학들을 조국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오도록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전쟁터에서 절대로 포로가 돼서는 안 되는 그런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다.

    정해룡(시인·전 통영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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