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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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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7-05 20: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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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협을 거부하는 극단의 사고가 팽배한 세태다. ‘나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무장했다.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익명이 토해내는 분노의 배설장이다. 자신의 윤리·정치적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리돌리고 침몰시킨다.

    ▼남에게 주목받으려는 행위를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이라고 한다. 정의와 인권 같은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도덕적 어휘를 총동원한다. 진실보다는 도덕적 우월감 과시가 우선이다.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의 대표적 경연장이 정치판이다. 정파적 신념은 종교집단에 버금간다. 서로 부도덕하다고 악다구니하는 게 일상이다. 현실정치도 문제다. 대중의 확증편향에 정치인이 영합하는 행태라고 보는 게 맞을 듯싶다. 정책보다 인성을 따지는 유권자 눈높이를 고려해 선거 캠페인도 방향을 틀 정도다.

    ▼대표적 그랜드스탠딩의 난장(亂場)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을 들 수 있다. 5년 동안 누적 방문자 5억명, 총 111만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대의명분은 정제되지 않은 분노와 검증되지 않은 호소에 짓밟혔다. 정치 분야에서는 특정 지지층에 편향된 조직적인 동의 건수가 갈등을 견인했다. 답변율은 고작 0.026%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청원’을 폐지했다. 대신 ‘국민제안’을 개설했다. 비공개에 100% 실명제다. 극단으로 치달은 진영 대결을 경험한 탓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국민청원 제도를 “법률적 근거 없이 운영돼 특정 집단이나 인물에 대한 혐오 조장, 여론의 왜곡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랜드스탠딩에 편승해 대중추수(大衆追隨)의 격정에 휩쓸렸던 국민은 뒷맛이 씁쓸하다. ‘군주가 나라를 얻고 유지하면, 그의 수단은 언제나 명예롭다는 평가를 받고, 모두에게 칭찬을 듣는다. 왜냐하면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이다’.(마키아벨리. 군주론)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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