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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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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거창한 연극 낭만’ 다시 피어오른다

4년 만에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 역사와 의미

  • 기사입력 : 2022-07-07 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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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엔 시원한 계곡 물 속에서 몸을 식히고, 밤에는 별빛 아래서 삼삼오오 모여 연극을 보는 낭만이 있었죠.” “거창국제연극제 기간에는 참가하는 극단들의 열풍으로 서울 대학로가 한산할 정도였고, 연극제 행사장인 수승대는 전국에서 모여든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지요.”

    거창을 국제적인 연극의 도시로, 한여름 밤을 문화의 향기로 가득 채우는 축제의 고장으로 만든 그 중심에는 30여년 역사를 지닌 ‘거창국제연극제’가 있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지난 1989년 거창 극단 ‘입체’가 경남지역 연극 단체들 간 화합과 연극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시월연극제’에서 출발했다. 당시 도내 5개 극단이 참가했다. 그러다 참가 극단이 전국으로 또 해외로 확장되면서 국제연극제로 발돋움했다. 더욱이 1998년, 축제 시즌을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꾸고 실내 무대에 국한됐던 공연을 거창 수승대 야외 무대로 넓히면서 전국 최고의 야외 연극제로 자리매김했다. 한때는 연극제 기간 동안 거창군 인구의 3배를 웃도는 20여만명의 관객이 지역으로 몰려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300~400억원가량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수년간 지속된 잡음들로 거창국제연극제 개최가 타격을 입은 건 큰 아쉬움으로 남으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정상적으로 열리게 된 연극제가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운 이유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되는 ‘제32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재)거창문화재단 주관, (재)거창문화재단·KBS창원방송총국 주최로 오는 22일 개막해 내달 5일까지 15일간 열린다. 예매는 거창국제연극제 홈페이지(www.kift.or.kr)에서 하면 된다.

    오는 29일 거창군 구연서원에서 오페라와 판소리가 결합한 음악극 ‘춘향전’이 무대에 오른다./거창국제연극제 홈페이지/
    오는 29일 거창군 구연서원에서 오페라와 판소리가 결합한 음악극 ‘춘향전’이 무대에 오른다./거창국제연극제 홈페이지/

    1989년 거창극단 입체의 ‘시월연극제’가 시초
    여름으로 개최시기 옮기고 수승대로 무대 넓히며
    전국 최고의 야외연극축제로 자리매김
    지역연극축제의 세계화·문화산업화 큰 의미

    2016년 예산집행 투명성 두고 군-진흥회 갈등
    이후 ‘2개 연극제’·상표권 분쟁 소송 등 파행
    “30년 역사 토대로 세계 3대 연극제 발돋움해야”

    ◇30여년 역사 지닌 거창국제연극제 의미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자연과 융합되는 야외연극축제의 패러다임을 토착화했고, 지역축제의 세계화와 지역문화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역축제의 문화산업화에 그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지난 30여년간 거창국제연극제는 자연이 청정한 거창에 독창적인 축제브랜드를 구축해 거창군민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줬다. 또 지역 축제의 관광상품화를 통해 지역문화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일조했다.

    지역뿐만 아니라 연극계에도 선순환을 일으켰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지역 연극의 세계화를 통해 중앙과 지역 연극 수준의 수평화를 일궈냈다. 또 세계초연희곡 공모로 희곡작가 발굴하고 OFF(비경연)연극시스템으로 역량 있는 극단과 희곡작가, 연출가, 배우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켰다.

    이종일 극단 입체 대표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지역축제의 세계화와 문화산업화를 위해 지난 30여년 동안 기반을 조성했고 토대를 세웠다”며 “앞으로 30년은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와 영국 에딘버러 연극제와 함께 세계 3대 야외연극축제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연극제 발전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전담하는 독립재단법인을 설립해야 하고, 야외연극축제 전문가들이 축제를 경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고 전했다.

    다음 달 4일 구연서원에서 그리스 공연단체가 펼칠 ‘챔버6’.
    다음 달 4일 구연서원에서 그리스 공연단체가 펼칠 ‘챔버6’.

    ◇거창국제연극제, 그동안 무슨 일 있었나?= 지난 2016년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는 당시 거창군과의 갈등으로 연극제 예산을 받지 못하면서 협찬금으로 연극제를 치렀다. 당시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주최 측 내분 등을 이유로 군의회는 지난해 연극제를 군에서 직접 개최하는 조건으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진흥회의 반발로 예산 지원이 중단됐다.

    이듬해에는 거창군과 진흥회의 갈등으로 거창국제연극제가 2개로 쪼개지며 ‘거창韓(한) 여름연극제’와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로 각각 개최됐다. 2018년에는 거창연극제집행위원회의 이름으로 ‘제30회 거창국제연극제’가 단일 행사로 개최됐지만 연극제 직전에 군예산이 삭감되면서 조촐하게 열렸다. 이후 거창국제연극제는 상표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2년 동안 열리지 못했으며, 2020년 거창군이 집행위원회에 10억원을 주고 상표권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분쟁은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극제는 개최되지 못했다.

    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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