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해-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7-17 2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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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거제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탱크탑 바닥에 있는 가로·세로·높이 1m 철 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한 상태로 농성 중이다. 40대 초반의 이 남자는 이 안에서 하루 두 끼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으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용변을 보며 버티고 있다.
그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투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거대 선박은 수많은 하청업체에서 만든 각각의 조각들을 모아 원청사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원청 소속 노동자 9000여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만2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파업에 나선 이들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20여명이다. 이들은 임금 30% 인상과 노조활동 보장, 단체교섭을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각 하청업체별로 임금교섭을 벌여 왔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원청인 대우조선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외면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정을 들어보면 하청업체도 딱한 입장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조선업계의 긴 불황으로 그동안 회사 자체를 유지하기도 힘들었는데 30%라는 인상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라는 것이다. 또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외의 직원들과 각 업체별로 4∼7%의 임금협상을 마친 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도 할 말은 있다. 각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관여할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원청이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 소속 직원들의 임금 협상에 대우조선이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이는 원청인 대우조선이 각 하청업체에 기성금을 넉넉히 주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도 현실화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자체도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조4865억원을 벌었는데, 6조336억원을 원가로 지출했다. 전년 675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적자로 모두 까먹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 서로가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하는 동안 철 구조물 속 남자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고, 도크 점거로 앞뒤 공정이 막히면서 대우조선도 하루 수백억 원의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그 끝엔 모두가 죽는 공멸이 보여 안타깝다.
지난 14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정문에서 옥포매립지까지 이어진 약 4㎞ 도로에는 5000여명이 인간 띠를 잇고 하청지회 파업 중단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호소했다. 퇴근하던 대우조선 직원들과 거제시민이 손을 잡고 늘어섰다. 이들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우리의 일터를 지킵시다’, ‘일하고 싶습니다’, ‘같이 삽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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