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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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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1) 어느 여름날 입사마을로 갔다

면소재지 십리길 산골마을엔 오가는 버스가 하루 2대뿐

  • 기사입력 : 2022-07-17 22: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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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서 인구 가장 적은 의령 안에서
    궁류면 입사마을은 ‘오지 중 오지’


    50여가구 살던 평산 신씨 집성촌
    도시로 다 떠나고 지금은 20가구뿐


    어르신 심부름하며 이야기 듣고
    소멸 막을 해법도 함께 모색할 예정


    첫날 경로당 청소·노래방기기 점검
    복날 앞두고 솥 걸어 ‘백숙 파티’도


    7월의 어느 여름날, 입사마을로 갔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마다 저희에게 건네는 첫 인사 겸 질문은?

    “무슨 기사 쓸 끼 있다꼬 이 먼데까지 왔는교?”입니다.


    ◇입사마을은?

    ‘인구소멸’이 화두가 된 시대.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고향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 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소멸위험지수’ 같은 서글픈 수치 말고 생생한 지역의 목소리를 담을 순 없을까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의령군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의령은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습니다. 올해 5월 기준 2만6359명입니다. 10년 전인 지난 2012년 말 3만329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겁니다.

    취재진이 간 입사마을은 행정구역상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에 속해 있는 자연마을인데요. 인구가 1100여명인 궁류면은 인접해 있는 유곡면과 함께 도내에서 인구소멸지수가 두번째로 높은 읍면동지역입니다. 도심 지역에선 ‘더 만들지 말라’고 거리제한 규제까지 하는 마당이지만 이곳은 면 전체를 통틀어 편의점 1곳도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 전경.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 전경.

    마을주민 분들은 입사마을을 궁류면 안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라 부릅니다. 한우산 끝자락과 닿아있고 앞뒤로 매봉산과 진골산이 감싸고 있습니다. 의령군청이 있는 의령읍과는 20㎞, 면 소재지인 석정마을과도 십리(4㎞)나 떨어져 있습니다. 이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는 하루 딱 2대뿐. 3일과 8일에 서는 의령 5일장에 가려면 오전 9시 30분, 오후 3시 30분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신영도(74) 입사마을 노인회장은 활기가 돌았던 1970~80년대를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평산 신씨 의령 집성촌이었던 입사마을은 한창 사람이 많을 때 50가구가 넘었고 집집마다 6~7남매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죠. 여느 다른 시골마을처럼 입사마을도 쇠락의 길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절반도 남지 않은 20가구가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또 이중 절반가량은 도회지와 이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집입니다. 마을 정자 바로 앞을 비롯해 골목 곳곳의 빈집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어떤 사연들이 텅 빈 폐가에 남아있을까요?

    도영진(왼쪽부터)기자, 이솔희 VJ, 이아름 인턴VJ가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에서 진행할 ‘경남신문 심부름 센터’ 취재를 앞두고 마을을 답사하고 있다.
    도영진(왼쪽부터)기자, 이솔희 VJ, 이아름 인턴VJ가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에서 진행할 ‘경남신문 심부름 센터’ 취재를 앞두고 마을을 답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저희가 입사마을에 왜 가냐고 물으신다면?

    마을을 떠나는 사람은 수십년째 끊이지 않는 반면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은 드물디 드뭅니다. 지금의 인구 감소 추세라면 어쩌면 입사마을은 머잖아 소멸에 맞닥뜨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입사마을에는 소멸과 같은 ‘사라짐의 서글픔’이 묻어나 있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것들이 넘쳐납니다. 병원과 시장이 멀고 오가는 버스가 적어 불편하지만 마을을 떠나지 않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행복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습니다.

    마을분들의 인심은 어떻고요. 마을 앞뒤 굽이진 산자락과 계곡을 닮은 마을 주민들의 품은 넓고 포근합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육박했던 7월 초와 중순. ‘취재를 거부하면 어쩌나’ 잔뜩 긴장한 채로 땀을 삐질 흘리며 처음 만나뵀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마을 정자에 옹기종기 모여 계시던 주민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주며 아들이자 손자, 손녀 뻘인 저희를 두팔 벌려 환영했습니다.

    윤기연(80)씨가 취재진에게 수박을 건네주고 있다./김승권 기자/
    윤기연(80)씨가 취재진에게 수박을 건네주고 있다./김승권 기자/

    마을 어르신들의 ‘情 릴레이’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전기료를 아끼느라 잘 켜지 않는 경로당 에어컨도 ‘더운데 쉴 곳이 마땅찮다’며 저희를 위해 빵빵하게 틀어주려 하십니다. 땀으로 옷을 다 적신 저희를 보고 급히 발걸음을 옮겨선 금세 쟁반 한가득 시원한 수박을 내주십니다. 골목을 지나가는 저희를 붙잡고선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한 사발을 더 건네곤 언제든 찾아오라 말합니다.

    취재진 4명이 함께 찾은 지난 13일. 마을 어르신들이 분주히 움직이십니다. 정자 앞에서 솥을 걸고 불을 지피십니다. ‘뭐 하시는 거냐’ 물으면 ‘오뉴월 불도 쬐면 따뜻하다’며 불 앞으로 오라고 손짓하며 웃어넘기십니다. 알고봤더니 초복을 앞두고 ‘입사마을러’가 된 저희를 환영하며 온갖 귀한 약재를 넣고 몇 시간을 푹 삶아 닭 백숙을 해주시려는 겁니다. 텃밭에서 갓 따온 보들보들한 상추로 만든 겉절이, 손으로 쭉쭉 찢어주시는 잘 익은 김치, 찰밥과 함께 먹는 입사마을 백숙의 맛이란! 보약 같은 한상과 함께 감동도 밀려옵니다.

    입사마을 주민 빈달순(83)씨가 경로당에서 겉절이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김승권기자/
    입사마을 주민 빈달순(83)씨가 경로당에서 겉절이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박계수(72)씨가 13일 입사마을 정자 앞에서 초복을 앞두고 마을주민과 함께 먹을 닭백숙을 만들고 있다.
    박계수(72)씨가 13일 입사마을 정자 앞에서 초복을 앞두고 마을주민과 함께 먹을 닭백숙을 만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무슨 기사 쓸 끼 있다꼬 이 먼데까지 왔는교?”

    어르신들의 이 질문에 답을 드립니다. 저희는 2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이 입사마을을 3개월 동안 매주 찾아 어르신들의 ‘심부름꾼’이 되어드릴 예정입니다. 병원, 시장은 물론이고 어르신들이 가셔야 할 곳들을 편하게 모시고 다니려 합니다. 밭일을 돕기도 하고, 마을에 고장난 게 있다면 뚝딱 고쳐드리고도 싶습니다. 심부름 삯은? 어르신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삯입니다. 마을을 지키는 이들의 온기가 소멸의 서글픔을 이기는 곳, 입사마을 주민들의 삶을 깊이 있게 독자 여러분들께 보여드릴게요. 지역소멸을 막을 작은 해법이 이 마을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도영진 기자가 취재를 앞두고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승권 기자/
    도영진 기자가 취재를 앞두고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승권 기자/

    도영진 기자가 13일 의령군 궁유면 운계2리 입사마을 경노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가 13일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가 13일 의령군 궁유면 운계2리 입사마을 경노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가 13일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가 13일 의령군 궁유면 운계2리 입사마을 경노당에서 벽걸이 전자시계의 날짜와 시간을 맞추고 있다./김승권 기자/
    도영진 기자가 13일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벽걸이 전자시계의 날짜와 시간을 맞추고 있다./김승권 기자/


    첫 심부름은 ‘노래방 기기 점검’… 임무 수행 후 어르신과 마이크를 잡았다

    도영진 기자가 코로나19로 2년간 사용하지 못한 노래방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가 코로나19로 2년간 사용하지 못한 노래방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박계수(72)씨에게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도영진 기자.
    박계수(72)씨에게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도영진 기자.
    노래방 기기를 손본 후 윤기연(80)씨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도 기자./김승권 기자/
    노래방 기기를 손본 후 윤기연(80)씨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도 기자./김승권 기자/

    ◇첫 심부름은?

    첫 심부름은 바로 마을회관에 있는 ‘노래방기기’ 손보는 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오래 닫혀있던 마을회관 문이 몇달 전 열렸습니다. 그런데 웬걸. 어르신들의 벗이 되어줬던 노래방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적적한 날 노래 한곡 부르고 싶어도 못부르셨을 걸 생각하니 빨리 손봐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만지기 복잡한 노래방 기기와 씨름했지만 새 입사마을러의 집단지성으로 이내 뚝딱 손봤습니다. 다행히 고장이 난 건 아니었고요. 손쉽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기기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것도 심부름꾼들의 일이었습니다. 노래방기기를 손본 기념으로 제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시던 윤기연(80) 어머님과도 듀엣으로 ‘차표 한장’을 부르고 웃음꽃도 번집니다. 이어서 경로당 청소도 뚝딱! 높이 걸려 있어 손대기 어려웠던 벽시계도 내려 시간을 맞췄습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 심부름 많이 해야 할 텐데….’ 걱정과 기대를 가득 안고 퇴근합니다.

    도영진 기자

    ※지역소멸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영상은 유튜브 경남신문 채널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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