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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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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도시 이미지- 가로수- 성미경(마산대 치위생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7-18 2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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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마다의 사람마다 버킷리스트가 있다. 누구나 경험하고 싶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이든 온전한 나의 것으로 성장과 발견을 하며 때론 치유가 되기도 혹은 자산이 되기도 한다. 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딱히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험할 수 있으면 뭐든 즐기는 편이다. 얼마 전 장거리 출장 뒤에 이어진 단양의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오랜만에 지인을 만난다는 설렘과 액티비티 활동이라 타기 전까지의 준비와 긴장감 등을 즐기며 날아오르는 그 순간의 쾌감과 익스트림 코스의 색다른 경험은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도전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단양은 대표적인 패러글라이딩의 도시였고 이후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아 즐거운 여정을 이어가겠지만 체험 후 코스처럼 이어진 재래시장의 먹거리(마늘빵과 닭강정)를 찾아 시장에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됐다.

    단양이라 하면 단연 단양팔경을 기억하고 찾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눈 호강의 시각적 효과보다는 체험하고 느끼는 감각적 효과를 더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로 인한 경제효과가 내 눈에도 보여 우리 경남에도 이런 관광산업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고 아니 충분히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았다. 남해와 사천, 거제, 합천 등 생각보다 꽤 많은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남해는 바다, 산, 밭을 다 볼 수 있는 뷰를 즐길 수 있어서 전망이 최고라고 한다. 남쪽은 인구가 많은 서울, 경기권의 사람들이 지리적, 시간적 이유로 단양만큼 쉽게 찾을 수는 없겠지만 ‘패러’는 안 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탄 사람은 없다고 하므로 더 많은 시간을 내어 버킷리스트의 실천을 경남에서 꼭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가지는 단양 읍내의 가로수였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잘 가꾸어진 가로수가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였다. 마치 유럽의 어느 작은 소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종 모양 같기도 하고 버섯 모양 같기도 한 저 나무는 어떤 나무이길래 저렇게 예쁘게 잘 가꾸어져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바로 카메라를 들게 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가로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차에서 내려 도심의 가로수 길을 걸으며 나무에 붙어있는 팻말을 보고 나서야 복자기(Three-flower Maple)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복자기나무는 단풍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5월에 꽃이 피고 가을에 잎이 붉게 물들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단풍나무 중에서 가장 색이 곱고 진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조경수였다.

    단양은 가로수로 인해 이미지가 깔끔하고 단아하게 느껴졌으며 이것은 내가 느낀 도시 이미지의 가로수 효과였다. 이 복자기나무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전지 작업을 통해 정교하게 만든 가로수 그 자체로 이목을 끌었다. 봄과 여름에는 푸르른 색과 모양으로 예쁘고 가을은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어 4계절 아름다운 가로수를 볼 수 있게 한다. 이미 충주와 단양은 가로수 작업으로 인해 고질적인 민원이었던 간판이 잘 보이게 되고 낙엽을 치우는 일도 크게 줄었으며 무엇보다 깔끔한 도시 경관을 갖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아 다른 지자체에서도 배워가는 장이 됐다고 한다. 가로수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며 오랜 세월 길가를 지켜오면서 인간과 존중의 공존을 함께하고 있다. 경남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심 가로수의 벚꽃은 팝콘 터지듯이 만개하여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오게 하고 관광자원이 된다. 봄 한 철 피어도 지역의 자산이 되는데, 자연을 가꾸어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그래서 도시 경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가을에 다시 그 복자기나무 가로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성미경(마산대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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