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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한 식구에 관한 생각- 안창섭(시인)

  • 기사입력 : 2022-07-21 20: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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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이다. 영양탕집에서 삼계탕을 먹는다. 더 덥다. 개고기의 단내와 구수함이 코를 찌른다. 입으로는 닭을 먹고, 코로는 개를 먹는다. 눈에는 누렁이 눈동자가 어린다. 개 같은 날이 따로 없다. 정말 덥다.

    보신탕의 추억은 84년 중복쯤 마산항만여객터미널 신축공사장 함바식당에서 개장국을 소고깃국으로 알고 먹었다. 그 뒤 사나흘 지난 후 모친이 다 죽어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군데 큰 병원을 방문했지만, 병명조차 알 수 없어 이모님이 급하게 단골네를 찾아가서 네발 부정이라는 처방을 받고 그날 바로 굿을 했다. 그날 초저녁, 한밤중, 새벽 세 차례나 마당으로 끌려 나와 칠십 무당에게 대나무 회초리로 소금 세례와 함께 개 맞듯이 맞았다. 개 같은 복날의 추억은 가만히 엎드려 있어도 모친의 유언이 생각난다. “에미 죽는 꼴 볼라까모, 개고기 묵고, 내가 죽더라도 개고기는 죽어도 묵지 마라” 였다.

    복날의 기원은 2500년이 넘는다. 춘추시대 진나라에서 매년 이날에 궁중에서 성대한 제사를 지내고 희생으로 개를 잡아 성(城)의 네 문에 걸어 재앙을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어떤 자료에도 이날에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들은 오히려 탕병(湯餠)이라는 일종의 뜨거운 국수를 먹음으로써 이열치열의 효과를 노렸을 뿐이다. 그들은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개고기가 열을 북돋아 주므로 더울 때 먹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엄동설한에 즐겼다 한다. 하여간 중국인은 향육(香)이라 해 개고기를 즐기며 그 육질이 상육(想朒) 사람고기와 비슷해 체하지 않고 고기에서 향기를 느낄 정도니 그들이 얼마나 개고기를 즐겨 먹었는지 알만하다. 주나라 때는 왕실에 궁중에 견인(犬人)이라는 전문 요리사까지 두었다고 한다. 개 요리 전문서인 삼육경(三六經)은 3과 6의 합인 9가 개 구(狗)의 발음이 같아 붙여진 책 이름이다. 독일황제 카이저 빌헬름 2세가 원세개에게 사냥개 한 마리를 선물했는데 후에 원세개로부터 “잘 먹었다”라는 인사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들이 개고기를 중시한 것은 보신 관념 때문이다. 명나라 말기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황구는 보신의 효과가 제일 뛰어나다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개도 등급을 매겨 첫째가 누렁이, 둘째가 검둥이, 셋째가 바둑이, 넷째가 흰둥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개고기 1위 소비국인데 세계의 언론은 우리나라를 향한다. 우리가 중국보다 먼저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차별화된 인간과 유대관계로 가족관계로 발전했다. 호주에서는 우스갯말로 개, 고양이, 여자, 남자 순으로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 있다. 대만에서는 개 식용 시 벌금 또는 감옥에도 갈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상태로 삼복만 되면 찬반 토론만 요란할 뿐이다. 우리나라도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개는 반려동물로 사람과 오랫동안 살아가야 할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동네방네 붙은 초롱이 눈동자/ 전봇대를 타고 가는 가족사랑/ 사례함/ 부모님보다 더 소중한 식구를’ - 안창섭 ‘가족’ 전문

    강아지를 개새끼로 부르면 ‘정말 개보다 못한 새끼’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보다 더 나은 개’도 있다 하니, 개만도 못한 놈도 있고, 개 같은 놈도 있다. 개보다는 나아야 할 것이다.

    안창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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