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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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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생명을 나누는 가치있는 기부, 헌혈-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2-07-25 20: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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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허삼관’이란 영화가 개봉됐다. 1950~6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낳은 정과 키운 정을 얼버무린 영화지만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강렬하게 떠오르는 것은 피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매혈(買血)장면이다. 목숨을 담보로 피를 팔아 결혼도 하고 생활도 하는 당시 사람들의 힘든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원래 이 영화는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바탕으로 한다. 먹고살기 위해 피를 팔아 살았던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영화화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6·25전쟁을 겪으면서 수혈문제가 대두됐지만 체계적인 공급이 이뤄지기전 매혈이 피를 공급하는 비중 있는 수단이었다. 영화처럼 우리나라도 한때 매혈이 성행했었다. 이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매혈에서 피를 무상으로 기부하는 헌혈(獻血)운동으로 전환된 것은 1958년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원을 개원하면서다. 이때부터 자발적인 무상 헌혈운동을 본격화했고, 이후 1974년 매혈을 금지시켰으며, 헌혈 증서를 이용한 헌혈예치제도가 도입됐다. 1999년에는 매혈금지를 법제화하기에 이르렀다.

    느닷없이 매혈을 거론한 것은 코로나 19와 고령화, 저출산으로 헌혈 참여가 줄어들면서 혈액부족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혈로 공급된 혈액은 주로 사고나 수술로 과다출혈을 한 환자들에게 수혈용으로 제공되지만 일부는 연구나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지난 2021년 헌혈이 가능한 16~69세까지 우리나라 인구는 3924만1355명이다. 이 가운데 총 헌혈참여자는 260만4437명으로 헌혈 가능인구 대비 헌혈율은 6.64%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번 헌혈에 참여한 경우가 많아 실제 참여인원은 127만2178명으로 실제 국민헌혈율은 2.5%에 불과하다.

    경남의 헌혈현황을 보면 더 참담하다. 경남지역 헌혈율은 전체 인구 331만4183명의 3.8%에 그쳤다. 1.7%인 경기도를 제외하고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다. 수치에는 경남혈액원 관할이 아닌 울산혈액원 관할인 양산시의 인구가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경남도민들의 헌혈참여가 전국 타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임을 보여준다. 지난 2021년 경남지역 헌혈 참여자의 성별 참여도를 보면 16~19세가 3만3736명, 20대가 4만2015명, 30대가 1만7738명, 40대가 1만9963명, 50대가 9780명, 60세 이상이 1415명이다. 건강한 30~40대의 참여도가 저조한 편이다.

    헌혈을 하고 싶어도 나이와 몸무게 등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헌혈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가 참여를 꺼리게 한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헌혈하면 건강에 해롭다”거나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감염된다”는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나 정보가 마치 사실인양 무분별하게 확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심 귀찮기도 하고 이게 도움이 되겠냐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일부러 찾아가서 헌혈을 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특별한 계기가 되기 전까지는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다 몇 년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경우가 많다.

    기부와 나눔의 방식은 다양하다. 헌혈은 나의 피를 대가없이 나누는 것이다. 나의 건강한 혈액 한 방울이 수혈이 긴급한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가게 할 수 있다면 더없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이번 주는 더 미루지 않고 헌혈하러 가야겠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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