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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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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 단 2명 ‘멸종위기 환경교사’

지난해 김해봉명중 부임 이현우씨, 12년 만에 임용된 ‘경남 환경교사’
전국에도 정규교사 35명밖에 없어
1995년 중등과정 정규과목 됐지만 도내 환경교과 채택한 학교 6곳뿐

  • 기사입력 : 2022-07-31 21: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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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에서 단 35명. 이들은 스스로를 ‘멸종위기종’이라고 부른다. 창원에서 만난 이현우(37)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직업은 ‘환경교사’다.

    교육부는 지난해 전국에서 7명, 경남에서 1명의 환경교사를 선발했다.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현우 교사도 이때 임용됐다. 지난해 김해봉명중학교에 부임한 그는 “기후위기가 심화되자 사회가 환경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된 것 같다”며 “그동안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환경과목이 이제야 조명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과목을 가르치는 김해봉명중 이현우 교사가 활짝 웃고 있다.
    환경과목을 가르치는 김해봉명중 이현우 교사가 활짝 웃고 있다.

    환경은 중등교육과정의 정규 교과목이다. 1995년 도입됐지만 현재까지도 채택하고 있는 학교가 극히 드물다. 경남만 하더라도 환경과목은 이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김해봉명중학교를 비롯해 6개 중·고등학교에 그친다. 그마저도 정규교원은 이 교사를 비롯해 2명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과목과 환경교사 자체가 드물다 보니 일반인은 물론 같은 교사들도 환경과목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환경과목의 경우 수업일수도 적다. 이 교사가 근무하는 김해봉명중학교의 경우 2학년 1·2학기와 3학년 1학기에 주 2시간을 환경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마저도 경남에서는 가장 많은 수업일수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같은 선생님들도 환경과목이 뭔지 잘 몰라요. 사실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죠. 환경과목이 하도 희귀하니까요. 제가 환경교사라고 하면 다들 분리배출을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요. 재활용 분리배출, 업사이클링 이런 것들을 가르치는 수업으로만 알고 있는 거죠.”

    환경에 대한 논의는 자연, 과학, 사회, 정치 등 광범위하다. 때문에 환경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환경 교육은 저마다 다르다. 이 교사는 자원순환, 기후위기, 에너지 정책, 생물 다양성을 주로 가르치고 있다. 이론보다 나아가 직접 행동하는 실천적인 부분을 중점으로 교육한다. 폐기물, 패스트 패션,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 등이 발생하는 이유를 고민하고 개인의 실천과 함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업에 제안서와 편지를 작성해 실제 기업에 전달하는 참여형 수업도 진행한다.

    “지금이 기후위기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죠. 그러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몰라요. 범람하는 정보들은 추상적이며 여전히 개인의 노력에만 머물러 있죠. 저는 앞으로 더 심화될 기후위기 시기,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이 교사를 비롯한 많은 환경 교사들은 시험, 수행평가로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환경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미래를 위해 앞으로 계속해서 공부하고 수행해야 할 과목이다. 교사들은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준다. 이 교사는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자원순환을 위해 학교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이후에도 나서서 설거지를 해오고 학교가 마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남아 급식에 나오는 우유팩을 씻는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 수업에서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각자의 뚜렷한 주관도 돋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다가서는 것은 극소수다. 다수의 학생은 환경과목을 배우지 않는다. 다른 학교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환경 교육도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 환경 교사들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들이다.

    “시대와 가치관에 따라 교육의 흐름은 바뀝니다. 올바른 시민의식을 위해 초·중·고등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죠.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역사 교육을 의무화 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유례 없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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