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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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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대통령의 휴가-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8-01 20: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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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1년 미국 잡지사인 ‘라이프’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애독서 10권을 소개했다.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는 이 목록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챙겨가는 도서 목록을 공개하는 관례가 생겼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여름 휴가지에서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 소설 ‘자유’를 읽고 극찬했다. 이후 100만 부 넘게 팔리는 초 베스트셀러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읽을 책 5권을 공개하면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이 선택한 책은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 행위이자 사회적 메시지다. 특히 정국 구상과 연계할 수 있어 관가와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독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독 책 소개를 많이 했다. 공식 석상에서 추천한 책만 50권이 넘는다. 또 책의 저자를 발탁하기도 해 ‘독서 정치’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대통령의 휴가는 격무에서 벗어나 심신을 가다듬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국정 구상이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도 휴가지에서 국정운영 매듭 풀기에 집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뒤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IMF 사태 수습을 위한 고민 끝에 ‘제2의 건국’이란 국가 재정위기 방지 개혁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부터 휴가를 떠났다. 참모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한데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여유가 없을 듯하다. 취임 80일 만에 국정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국정운영 동력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휴양지 대신 서울 사저에 머물며 정국 구상에 몰입할 것이란 전언이다. ‘모든 독서가가 리더가 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리더는 독서가다.’(트루먼) ‘총체적 난국’이지만 책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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