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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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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화난만(百花爛漫), 그곳에 빛꽃이 피다- 박정윤(K-water 밀양댐물문화관장)

  • 기사입력 : 2022-08-08 20: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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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죽죽 흐르고 가슴은 턱 막혀서 머리까지 멍할 지경이다. 연일 폭염으로 긴급재난 문자에 외출 자제에 경고도 많지만, 지금이 신록은 가장 푸르고 사람들의 마음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도록 뜨겁게 달구는 계절이다. 바야흐로 반전이 가득한 여름의 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알프스와 견줄 만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영남 알프스’. 그곳의 사자봉으로부터 시작한 물줄기가 호활하게 뻗어나가 밀양호로 이어진다. 천연 1급수의 물이 가득한 한국의 바이칼 호수 밀양 다목적댐. 이 아름다운 물의 보고가 지금은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남부지방의 지속된 가뭄으로 댐의 저수량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가뭄으로 삭막할 것 같은 댐에 또 하나의 반전이 있으니 댐 본체에 피어난 아름다운 야간 경관 조명이다. K-water 밀양권지사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수변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지난 7월, 댐과 어우러진 공간을 통해 지역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친수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 하나의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 댐 본체를 바탕으로 야간 경관조명의 첫 빛꽃이 피어났다.

    댐의 사면과 댐의 마루 바닥면까지 다양한 빛의 연출을 볼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은은한 빛부터 포인트 LED 조명의 찬란한 빛의 향연까지. 또한 밀양의 사계를 상징하는 이벤트 조명(종남산 진달래, 신비의 얼음골, 표충사의 단풍, 밀양호 운해)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철 밀양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댐으로 오르는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뜻하지 않은 빛의 경관을 보고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벅차다. 자연을 훼손하는 빛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빛은 자연을 더 밝게 빛나게 하고, 누군가의 가슴에 희망을 피울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라는 짙은 절망의 터널을 걸어왔다. 아스라이 비치는 희망의 불빛이 저 터널 끝에 있으리라 믿고 싶었고, 그렇게 견뎌냈다. 우리는 회복 탄력성을 잘 알고 있다. 자연에도 우리의 삶에도 어려움의 끝에 반전이 있듯이 끈질겼던 절망의 시간을 견뎌낸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가슴 저미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래도 일어서야만 했다. 저마다의 DNA에 고난을 극복하는 회복 탄력성이 잠재돼 있다고 믿는다. 다시 앞으로 걸어나가자. 나와 어우러진 모든 이들을 살피고, 다정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자. 진정한 인간성의 실현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밀양댐의 경관조명은 일몰부터 저녁 10시까지 탄력적으로 빛을 밝힐 것이다. 잔잔한 밤바람 스치는 날, 꽃잎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밀양댐의 빛꽃을 보러 오시길. 그리고 절망을 이겨 낸 모든 이들에게 올리는 백화난만(百花爛漫), 빛꽃이 가슴마다 피어나길!

    박정윤(K-water 밀양댐물문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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