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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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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해 고인돌 정비,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했어야

  • 기사입력 : 2022-08-08 20: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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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로 알려진 김해 구산동 지석묘(경상남도기념물 제280호)를 복원 정비하는 과정에서 사업 주체인 김해시가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자문위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보도다. 6명의 자문위원 중 2명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지만 김해시는 구산동 지석묘가 경남도기념물화재인 점을 고려해 경남도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만 받고 복원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해시의 고대 문화재 관리행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해당 문화재는 지난 2007년 구산지구 도시개발사업 발굴조사과정에서 출토된 고대 유물이다. 대략 기원 전 2~1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10m, 너비 4.5m, 높이 3.5m, 무게 350~400t의 초대형 기단묘(基壇墓)다. 추정 규모로 따져 보면 세계 최대다. 우리나라에서 지석묘가 형성된 시기가 대략 기원전 8~2세기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고대 묘제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은 후기 고인돌 유물이다. 시가 이런 문화 유물의 원형을 복원해 많은 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가치를 드높이고 역사자원으로도 활용하기 위해 유적공원을 조성하고, 국가사적지로 지정받기 위해 정비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훼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시가 ‘오랜 비바람에 침식된 박석 부분을 새롭게 채워 넣어 선사시대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수작업으로 기존 박석을 보존 처리했지만 장비를 사용한 훼손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일부 의견이라고 하지만 자문위원들이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를 했어야 했다. 박석 세척과 강화·평탄 처리를 위해 이동 후 원위치에 재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사전에 문화재청과 충분한 협의를 했어야 할 일이다. 정비사업 목적 중 하나가 해당 문화재를 국가사적으로 지정받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런 절차는 더욱 강조된다고 할 것이다. 어쨌든 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 보존·관리에 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타 지자체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관내 문화재가 본연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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