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희망나눔 프로젝트] (81) 단칸방서 생활하는 현희네

암과 싸우는 엄마·홀로 생계 잇는 아빠, 눈 안 좋은 아이 걱정에 눈물
유방암 수술 엄마, 일용직 아빠와 아이
책상 놓을 자리도 없는 좁은 방서 생활

  • 기사입력 : 2022-08-09 08:04:53
  •   
  • 현희(가명·9)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자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어서다. 현희의 안내를 받고 샷시로 된 도어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방과 붙어 있는 좁은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침대와 행거가 공간을 거의 다를 차지하고 있어 필요한 물건은 바닥에 쌓아두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하청 산업협력업체에서 용접일을 하던 아빠 홍준석(가명·50)씨가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둔 후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다. 인력사무실을 통해 일용근로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계절에 따라 주어지는 일감은 들쭉날쭉해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준석씨는 “그나마도 코로나가 오래 지속되고 올해는 건설업계 파업이 길게 이어지면서 일이 정말 많이 줄어 하는 날보다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엄마 이진숙(가명·37)씨는 부모님의 갈등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집을 나왔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사회에서 홀로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의지하며 현희를 낳고 지금까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눈이 좋지 않았지만 따로 검사를 할 여력이 없어 방치하다 8년 전 우연히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초점이 다른 시력장애인 ‘사시’를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진숙씨는 지난 2월부터 가슴이 아팠지만 병원에 갈 상황이 못되어 참고 견디다 지난 5월 말 병원에 가서 초음파 진단 결과 암 진단을 받았다. 6월 초에 유방암 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진숙씨는 “오래 병원에 있으면 병원비가 많이 나오고 현희 학교도 보내야 하니까 걱정이 많았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에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이 가정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생활만 해온 저소득세대인데 주거급여 신청이나 동주민센터를 통한 상담을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엄마의 암 발병으로 의료비 부담이 늘자 동주민센터를 찾아와 의료비를 상담하다 발굴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4일 구청에서 긴급의료비와 생계비(120만원)를 지원했다. 사례관리사는 “맞춤형(생계, 주거, 교육)급여 초·중·고교육비 신청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주택공사에 긴급주거 신청까지 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빠는 주택공사 전세임대주택에 선정돼 주거이전을 하더라도 선납월세와 필요한 가전, 가구 등을 마련할 여력이 되지 않아 고민이 크다. 엄마 진숙씨는 “벌써 현희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학원이나 학습지는커녕 공부할 상 하나 놓을 자리가 없어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현희가 방과후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데, 이 마저도 못해줘 늘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예쁜 현희는 사시 장애가 의심되는데 아직 검사를 받아보지 못했다. 사례관리사는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10세 미만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시 검사와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곳에도 손을 내밀 예정이다”며 “현희네가 주거 개선과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따스한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7월 12일 16면 (80)축구선수 꿈꾸는 민기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34만2000원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