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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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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잊을 수 없는 버스 안내양 누나- 김기동(마산중부서 생활안전계장)

  • 기사입력 : 2022-08-09 20: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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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80년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등하굣길의 버스는 늘 만원이었고, 등교하는 아침 통학버스는 더 빽빽한 게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추운 겨울 어느 날이었다. 가까운 친척의 초대로 함양에서 모처럼 정감 어린 시골 정취를 맘껏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 진주의 자취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버스를 타게 됐다. 이미 해는 저물어 가고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도로는 눈과 결빙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차 안에서 발이 묶인 나에게 안내양 누나가 다가오더니, 오늘은 더 이상 차 운행이 안 되니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눈이 그치면 출발할 것이라고 했다. 순간 “차표를 사고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은데! 버스 안에서 자야 하나?” 걱정으로 혼란스러운 때 안내양 누나가 “내리지 않고 뭐하지!”라며 따라오라고 했다. 버스가 있는 산청읍내 여관방을 하나 마련해 줬고, 이튿날 아침 식사까지 챙겨줘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친절은 우리의 삶을 훈훈하게 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어 준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기동(마산중부서 생활안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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