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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주목되는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 김정민(경제부 차장)

  • 기사입력 : 2022-08-15 21: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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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계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9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계약에 따른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를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른 납품 단가도 올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임에도 그동안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2008년 도입이 검토됐지만 시장 경제질서에 반하는 가격 통제라는 지적과 함께 대기업의 해외 수입 확대 등이 우려되면서 이듬해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로 변경됐다. 개별 중소기업의 협상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과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대신 조정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조정 신청을 할 경우, 해당 업체 노출에 따른 거래 단절 우려 등으로 실효성은 떨어졌다. 실제 협의제가 도입된 2009년 이후 협동조합을 통한 납품단가 조정 신청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코로나19에 이어 러-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구입해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중소기업 상당수가 단가 미반영으로 어려움을 겪자 부각됐다. 대다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계가 제도 시행을 줄기차게 요구한 이유도 그만큼 절박하고 절실했기 때문이다. 원청격인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단가 반영에 나섰다면 제도화가 추진되지도, 오늘날처럼 대-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취하면서 대기업-중견기업(1차 협력업체)-중소기업(2·3차 협력업체) 간의 수직적 거래관계가 형성됐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같이 물가 급등 상황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분을 전가시킬 수 있지만, 중간부품이나 반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인상분을 수용하지 않으면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수직적 관계로 자칫하면 거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납품단가 실태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받은 중소기업이 4.6%에 불과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대부분인 95.4%는 원가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온전히 반영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의 상당 부분이 이런 납품 단가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데 기인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임금과 복지비용 상승은 중소기업 납품단가 압박으로 이어지고, 중소기업의 저임금은 인력난과 생산·연구개발 위축, 매출 감소에 이은 저임금 고착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의 99.9%를, 종사자는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의 성장과 침체는 대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의 성장과 침체로 직결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에 대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까지 오는데 1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14년의 두드림에 대해 이제는 답할 때”라고 했다. 시범운영은 내달부터 6개월간 실시된다. 원재료 가격 급등에도 납품 단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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