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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제영토 확장을 위한 도전, CPTPP - 진병진 (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8-21 21: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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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교역의 확대와 경제영토 확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시대의 변화 또는 상황에 따라 평화로운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전쟁과 같은 폭력적인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 시대를 되돌아보면 평화적 방법보다는 폭력적 방법이 활용된 경우가 많았는데, 15세기부터 수세기에 걸쳐 펼쳐졌던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가 그러하다. 역사적으로 현재와 같이 대륙과 대륙을 넘나드는 교역이 활성화되어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계기는 항해술의 발달과 신항로의 개척이 이루어진 대항해시대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 시기 포르투갈이나 스페인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발전된 항해술을 활용하여 신대륙의 발견을 이루었고 그 결과 동서양의 문물이 활발하게 교류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와는 별개로 그 방법에 있어 부정적 측면이 있다. 즉, 당시 이루어졌던 교류가 물건과 물건의 정당하고 평화로운 교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때때로 일방적인 무력을 활용하여 향신료, 설탕, 면화, 은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침탈적 성격의 교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의 논리가 지배했던 과거와 달리 20세기 이후 세계는 명목상으로는 평화적 교역 확대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중시하는 경제적 교류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 이후 한국이 최대 수혜국가 중 하나인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이다. 지난 20여년의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한국은 끊임없이 주요 교역국과의 양자 간 FTA를 확대시켜 왔고, 그 결과 교역의 확대는 물론 관세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경제영토를 평화적 협상을 통해 넓혀 올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현재 한국은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이전 한-미, 한-중 FTA 등이 추진되던 시기와 같이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가입을 반대하는 의견 또한 표출되고 있다. 가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통상 국가로서 수출 시장 확보와 새로운 통상 질서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최근의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반대 쪽에서는 한국이 이미 CPTPP 회원국들과 양자 FTA를 체결하고 있어 가입에 따른 뚜렷한 실익이 없으면서도 위생검역(SPS) 등과 같은 새로운 통상규범이 적용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은 모두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도 교역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명분은 경쟁우위의 확보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통상 관련 규범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CPTPP는 이러한 점에서 다른 협정에 비해 한국이 가입하여야 하는 중요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먼저, 경쟁우위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입을 통해 동등한 상황에서의 경쟁을 할 수 있고, 참여국의 수 또한 기존의 11개국 이외에도 영국, 중국, 대만 등 다수국이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규범의 선진화라는 면에서도 CPTPP는 현재 존재하는 통상규범 중 가장 광범위하고 체계화된 통상 규범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CPTPP 가입을 통해 이러한 규범을 국내법 체계에 수용함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산업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한국이 지난 20여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관련 산업에 대한 추가적 지원 및 보호조치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며, 통상 중심 국가인 한국에 있어 경제영토 확장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진병진 (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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