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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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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 최진수 (창원한들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2-08-22 07: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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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관련 기사에 학령인구 감소, 학교 수, 학급당 인원수, 졸업생 취업률 같은 통계 정보가 많이 보인다. 이런 교육 통계는 질보다 양적인 문제로 경제적 관점의 해석이 짙다. 한때 교육부 이름이 ‘교육인적자원부’였다. 사람을 인적‘자원’개발이라 하여 돈에 사람을 맞추듯 경제에 교육 정책도 꿰맞춘 느낌이었다. 교육은 경제적 관점의 수익 사업이 아니다. 물론 그 ‘수익’을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포기하거나 폐기할 수는 없다. ‘사업’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며 성장 과정의 학습이다. 평생 가꿀 우리 미래 생존의 문제가 아닌가?

    지금 학교에서는 부모 세대가 겪어 보지 못한 다양한 고민과 갈등이 많다. 예전에는 교사가 학급 전체 지도에 중점이었다면 요즘은 수준별, 모둠별, 개별(1:1) 지도와 돌봄에 손이 많이 간다. 의사소통, 기초학습, 학습문해력 지원과 같은 학습 지도와 학습부적응, 감정조절, 또래관계, 학습 거부와 방해, 학교폭력, 방과후 돌봄과 같은 생활지도에도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양보다 질적인 문제로 오히려 사람이 더 필요하다.

    학교는 ‘아는 것(지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올바르게(가치와 태도) ‘할 수 있게(기능)’ 배움을 준비하는 곳이다. 그런 바탕으로 교육활동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아이들 성장과 발달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얼마 전 ‘만 5세 조기 입학’ 문제가 있었다. 돌봄 문제, 사교육 심화, 아이들 성장과 사회성 발달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아이들이 충분히 사랑받을 시간과 환경, 관계와 정서가 익을 시간을 줄이면 안 된다. 앞으로도 많은 교육 정책이 나올 것이다. 어떤 기준과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도 있다. 배를 가르는 칼이 아니라 알을 품는 따뜻한 가슴이 교육에 더 절실하다. 가르친다고 다 배우는 게 아니다. 스스로 커갈 수 있는 호흡, 또래와 같이하는 사회성, 공동체와 함께 나아갈 속도를 몸과 마음으로 깨치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아이’였던 우리 어른의 꾸준한 관심과 배움의 실천으로 경제뿐 아니라 문화 ‘선진국’이라는 진정한 황금알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최진수 (창원한들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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