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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괴담사회-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08-23 07: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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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잡지 ‘뉴요커’의 기자 폴 브로더는 1976년 당시만 해도 낯선 존재였던 전자파를 주제로 기사를 썼다. 그는 “미국인들은 위험한 수준의 마이크로파에 노출돼 있고, 배후에 국방부와 전자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로 미국 전역에서 전자파 유해론이 큰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유해성의 실체를 발견하지 못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괴담은 ‘괴상한 이야기’를 뜻한다. 주로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정보 편식이 심할 때 생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는 “괴담의 유포 과정에는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이 가감 없이 투영된다. 대체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앞세워 등장한다. 국가 권력을 향한 불신이 정체성”이라고 정의했다.

    ▼1998년엔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국제 의학 학술지에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백신 공포에 빠졌다. 여기에 홍역 백신 접종률까지 떨어지면서 홍역 환자가 급증했다. 논문 검증 결과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미 수많은 아이가 홍역의 희생양이 된 후였다. 코로나 백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개발 초창기부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사용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 DNA를 조작한다거나 백신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범람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 재유행 국면에서 4차 접종을 독려 중이지만, 접종률은 더디게 오르고 있다. 오락가락 방역지침과 돌파감염으로 낮아진 백신 효능감이 이유다. 올가을 개량 백신이 도입될 때까지 접종을 미루겠다는 여론도 한몫했다. 마크 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에 불신이 주는 피로감은 크다. 추가 접종이란 처방보다 팬데믹을 견뎌낸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 먼저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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