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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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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바다’ 조사·측량·합의로 법적 경계 만들어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발간
현행법률상 해상경계 규정 없어
지자체간 조업 등 분쟁 계속

  • 기사입력 : 2022-08-25 20: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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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8년 한국전력은 삼천포화력발전소 부지 조성을 위해 사천시와 고성군 인근 바다를 메워 매립지를 조성했다. 석탄을 연소시킨 회(재)를 처리하기 위해 메운 제1회·제2회사장 매립지는 고성군에 등록됐지만 1984년 사천시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 분쟁은 35년간의 긴 싸움 끝에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30년간 지역을 관리한 고성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나란히 바다를 끼고 있는 두 지역이 오랜 싸움, 땅 위에는 경계가 존재하지만, 바다 위에는 아직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자체 간 해상경계의 설정과 관리를 위한 입법 및 정책 과제’라는 주제로 지난 22일 펴낸 이슈와 논점 보고서는 그간 발생한 지자체간 해상경계 분쟁을 파악하고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바다가 생활터인 어업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진행 과정을 공개하는 등 다툼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해상경계를 결정하고 이를 법령으로 명시해 반복되는 분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계속되는 지자체간 해상경계 분쟁= 역사적으로 지자체간 해상경계 분쟁은 ‘조업’에서 부터 시작한다. 해양수산부가 파악한 분쟁 사례 중 경남의 사례는 총 4건이다. 거제시와 고성군이 1992년부터, 사천시와 하동군이 1999년부터, 통영시와 부산 강서구가 1989년부터 시작한 분쟁들은 합의를 통해 해결됐고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의 조업분쟁은 2005년부터 시작돼 16년간 이어지다 2021년 대법원판결과 헌재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조업 분쟁의 사례는 대부분 합의를 통해 해결됐으나 분쟁의 기간이 매우 긴 데다 일부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해상풍력, 수상도시, 매립지 조성 등 해상에서 여러 개발사업이 대규모로 추진되면서 지자체 간 해상경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통영 욕지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통영시가 지난해 9월 남해군 한 무인도 동쪽 해상에 해상풍력 지반 조사를 위한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내자 남해시가 황금어장을 내줄 수 없다며 반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기본도상 지반조사가 실시되는 8곳은 통영시가 아닌 남해군 관할 해역이란 것이 남해군의 주장이다. 반면 통영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가했고,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는 강제성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 남해군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결국 이 같은 분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이 중단되거나 미뤄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또 바다를 생활기반으로 하는 어업인들인은 기존 조업구역이 축소·변경되는 등의 피해를 호소한다.


    ◇원인은 해상경계 규정 미비= 이처럼 지자체간 해상경계 분쟁이 장기간 계속되면서도 대법원, 헌재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것은 해상경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률상 지자체 관할구역에 해양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지만 그 경계는 획정되지 않았다. 지자체 명칭과 구역을 ‘종전’과 같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상경계에 관한 규정이 마련된 적이 없어 ‘종전’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그러면서도 해양의 관리·보전·이용 등에 관한 다수의 법률은 해상경계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인허가 및 처분을 시행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

    앞서 언급된 사천시와 고성군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천시는 국가지리정보원의 국가기본도를 근거로 매립지 중 17만9055㎡ 토지가 사천시 관할구역이라고 주장했고, 고성군은 지형도가 측량에 근거한 것이 아니기에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헌재는 1980년 지적법에 따라 지번이 부여돼 30년간 지역을 관리한 고성군에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제각각의 기준을 적용하는 등 법이 정한 명확한 경계가 없는 상황에서 분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결 방안은?=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선 해상경계에 대한 분쟁 절반 이상이 어업에 관한 분쟁인 만큼 지자체의 해양관할구역은 조업수역을 고려해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분쟁이 있거나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어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진수 입법조사관은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경우라면 헌재 결정에 따라 ‘등거리 중간선 원칙’과 ‘형평성 원칙’을 함께 고려해 해상경계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 해당 지역의 행정관행, 역사적 사실 등 자료조사와 측량을 시행하고 중앙부처 공무원, 해양수산·법률전문가 등이 해상경계 결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후에는 지역주민과 지자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반영하는 절차를 가진 뒤 진행 과정을 공개해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조사관은 “이 같은 절차들을 거쳐 해상경계 설정이 완료되면 법령에 명시하는 절차까지 모두 거쳐야 한다. 헌재가 명시적 법령을 가장 우선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법령에 명시돼야만 지자체의 법적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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