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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유신 50주년과 부마항쟁, 그리고 ‘남민전’-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9-04 19: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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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2년의 7·4남북공동성명과 유신 50주년을 맞았다. 7·4공동성명은 세계적 냉전 속에 북한 무장간첩단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태 후, ‘북괴’와 ‘남조선당국자’가 6·25 후 처음으로 대화를 하고 남북이산가족 면회를 추진했으니, 온 세계가 놀랐다. 불과 3개월 후 박정희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유신독재에 돌입했다. 유신헌법과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에 기반한 ‘유신체제’는 현대사 최악의 군사독재라 할 만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정통보수 정당’ 후보 박근혜가 선거전 형세 불리해지자 결국은 ‘아버지의 유신’에 대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그리고 학생과 시민들이 나선 ‘반 국가적 폭동 부마사태’를 ‘부마민주항쟁’으로 인정했고, 첫 국가기념일 행사를 마산의 경남대(창원시)에서 가졌다. 이제 유신체제의 공과를 균형 있게 보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최근 부마항쟁기념사업회는 6·25를 기념하며 6월 25일에 시민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허접한 좌우 이념 논쟁이 나라를 이렇게 위태롭게 하는가? 주요 원인의 하나는 이른바 정통보수세력이 과오의 인정에 용기가 없고, 진정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광주 5·18은 차치하고, 별 쟁점도 없는 부마항쟁조차 진상조사를 심히 부실하게 하고, 그 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상당히 내용 있게 만든 진상조사보고서도 대선 국면에서 묻혀 버린 것이 그 단적 예다.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이른바 진보 세력이 이런 약점을 파고들면서 시대착오적인 국가관으로 대중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잘 언급되지 않지만, 부마항쟁과 함께 유신체제에 저항한 전혀 다른 사건, 이른바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름부터 섬뜩한 이 조직 사건은 1979년 10월 초 정부의 발표에 의해 드러났다. 놀랍게도 시인 김남주를 비롯하여 대학교수, 교사, 대기업 간부 등 70여명이 학생, 노동 운동 등에 개입해 ‘한국 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수뇌부는 월남 적화통일을 모델로 사회주의적 반제 민중혁명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민주화운동과 달리 대한민국 정통성 자체를 부정하는 이 조직은 운동권에 충격과 삭풍을 몰고 왔고, 민주화를 망치는 소영웅·모험주의로 엄한 내부 비판을 받았다.

    되돌아보면 7·4공동성명 직후 남·북한 모두 독재가 강화됐다. 그것은 월남의 적화통일, 그리고 ‘중공’이 계획경제에 대실패해 전쟁 상대 ‘미국제국주의’와 손잡고 ‘자유중국’을 유엔에서 축출하는 사태에 큰 충격은 받은 것이다. 이후 남한은 유신독재 방식의 중화학공업화에 성공하여 마침내 북한보다 경제적 우위에 서게 됐으며, 창원기계공단은 자주국방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다 주었다(2017년에 박정희기념사업재단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심포지엄을 ‘기계·방위산업기지’가 있는 경남 창원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개방·개혁에 나선 중국공산당의 등소평도 한국의 ‘개발독재 시장경제’와 새마을운동을 예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비추어 보면 ‘남조선민족해방전선’은 현실에 눈멀어 ‘빈곤한 공산독재로 가는 사이비 민주화 세력’이었다. 이 세력은 일망타진 됐고(주범 이재문은 사형을 당했고, 일부 하위 구성원 개인들은 참여정부 시절 논란 속에 ‘민주화운동’ 인정을 받았다), 이들을 궤멸시킨 박정희 정권도 부마항쟁을 김영삼과 남민전의 배후 조종받은 불순 폭동으로 조작하려다가 몰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수개월 후의 5·18 이후에, 심지어 사회주의 진영 몰락 이후에도 언론·교육계, 노동계, 종교계, 시민단체, 정계 등에서 ‘남민전 정신’을 되살려온 ‘범주사파’ 세력들은 아직도 이 엄연한 사실과 역사의 무서운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통탄스럽다. 이제 사이비 보수, 사이비 진보 모두 현실을 받아들이고, ‘공산독재 반대, 군사독재 반대’가 추구한 인류보편적 자유와 민주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 인간존엄을 위한 자유와 민주, 인권 없이 평등도, 평화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이른바 ‘자본주의 이후 전망’도 마찬가지다. ‘인간다운 사회’를 추구할 ‘자유’가 있어야 대안사회도 준비할 것이 아닌가.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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