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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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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추석 민심, 민생 그리고 민도- 강기노(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9-13 1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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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을 목전에 앞둔 지난 9월 5~6일간 역대급 대형 태풍으로 불리며 전국을 긴장에 떨게 하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와 남해안 일대를 지나면서 많은 비바람을 뿌렸다. 포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상당한 피해를 주었지만, 재난 당국과 국민들이 철저히 대비하고 애국가의 가사처럼 ‘하느님이 보우하신’ 덕분인지 다행히도 당초 예상보다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간 것 같다. 하지만 추석을 지내면서 표출된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식,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예년에 비해 재정적, 정신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추석을 맞이했다. 1980년대 겪었던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라는 ‘3저 호황’ 시기와 정반대의 상황으로, 우리는 자칫 ‘3고 불황’에 빠질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 책임론과 함께 내부 권력 투쟁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정부·여당,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발목잡기식 대여 투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응해야 하는 야당 모두 이번 추석을 보내며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해진 민심을 절감했고 이를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여야 모두 ‘정쟁 중단, 민생 법안 최우선 처리’를 외치며 ‘민생 정당’의 이미지를 굳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 공식적 멘트로 외쳐대는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상대 당 흠집 내기와 총선, 차기 대권 등을 염두에 둔 정치 투쟁에 더 큰 목소리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없이 쌓인 법안은 강 대 강 대치 구도 속에 논의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돌파하기 위한 치열한 정책 구상이나 당 대 당, 당정 간 논의 등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최근 필자의 초등학생 아이에게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읽어주면서 이 책에서 풍자한 현실이 너무나도 한국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정치판과 닮아 있어 깜짝 놀랐다. 소설에서 동물들은 혁명을 통해 인간 주인을 몰아내고 혁명을 이끌었던 ‘스노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돼지 두 마리를 지도자로 삼고 농장을 직접 경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들은 집단 내부의 권력 투쟁에 빠져들고 특권층이 됐으며, 교묘한 말 바꾸기와 편법, 기만을 통해 초심을 다지며 적어두었던 ‘일곱 계명’마저도 점차 무시하게 된다. 또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무조건 적으로 몰아 숙청하고 처형하면서 철저한 계급사회로 회귀하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아이에게 읽어준 후에 우리 역사에도 비슷한 상황들이 있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대표적으로 제일 먼저 말해 준 사례가 바로 ‘북한’이었다. 북한은 그들이 내세운 이상주의적 세상과 달리 소수의 특권계층만 권력과 부를 누리고 대부분의 인민들은 춥고 배고프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많은 정권을 거치며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이러한 돼지들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 사례가 자주 있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러면서 지배층인 돼지들의 이율배반적인 행위와 특권의식을 처음부터 감시하고 제지했더라면 독재자 ‘나폴레옹’이 탄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여주었다.

    동물농장은 발표 당시 스탈린의 독재를 묘사하고 풍자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특정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인의 교묘한 거짓말, 특권 계층화돼 가는 현상을 신랄하게 비유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내부 권력투쟁에 빠져 있고, 교묘한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는 돼지의 모습은 아닌지 늘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평범한 동물들도 대중의 무지와 무기력은 권력의 타락을 불러온다는 점을 늘 명심하고 위정자들이 편법과 기만을 행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럴싸한 논리에 현혹된 대중들이 경계를 늦추는 순간 독재자 ‘나폴레옹’은 언제든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강기노(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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