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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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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객짓밥- 마경덕

  • 기사입력 : 2022-09-15 08:04:28
  •   

  •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여 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 소금쟁이 한 마리를 향한 하나님의 섬세하심을 목도한다. 먹이시고 입히시고 표면장력의 발판까지 마련해 주시는 분. 겨드랑이가 가려울 때를 정확히 아시고는 그에 알맞은 날개를 달아 주시고 나를 속속들이 감찰하시며 끝까지 책임지시는 분이다. 우리 엄마도 그렇다. 이모저모 챙겨 주시고 빈 껍질이면서 뭐가 그리 미안한지, 걱정에 걱정을 말도 못 하게 하신다.

    푹 찔러준 기차표 한 장 살 돈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은 비상시 폼 나게 휘두를 든든한 무기였다. 있는 힘껏 버텨보다가 그래도 힘들다 싶으면 아무 생각 말고 집에 오라던 그 한마디. 휘청거릴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덕에 절대 눈칫밥은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가을! 제대로 영근 한 편의 시가 또 한 번 나를 일으켜 세운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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