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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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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지적 깨달음의 시작-모순을 찾아보아요- 최혜인(소설가)

  • 기사입력 : 2022-09-15 19: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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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소!”

    침략과 약탈의 시대입니다. 남자가 파는 창은 금방 동이 납니다.

    “이 방패야말로 세상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다니까요!”

    나라 안 쇠붙이가 동이 나자 이번에는 방패를 팝니다. 알아차림이 안 되는 사람은 그 방패를 사겠지만 어디 바보만 사는 세상인가요?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모순에 빠졌는지 모른 채, 팔리지 않는 방패를 바라보며 한숨을 쉽니다.

    矛(창 모) 盾(방패 순) 앞뒤가 맞지 않거나,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이르는 ‘모순’은 이런 고사로부터 시작됩니다. 흔히 종교의 시대가 가고 영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합니다.

    말만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미 그런 양상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교라는 틀 안에서 도를 구하고 글을 쓰던 필자가, 종교를 탈피한 보편적 자연법에 따른 도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이러한 현상을 우주적 부름의 한 단면이라 해 두겠습니다.

    영성을 추구하면서 마음공부를 하는 많은 단체들이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의식지도’를 활용합니다. 의식지도는 가장 낮은 척도의 수치심에서 가장 높은 척도의 깨달음까지를 수치화해 놓은 도표입니다.

    삶이 만족스럽나요? 널널하고 풍요로워서 행복한가요?

    그러면 당신은 낙관, 신뢰, 감사, 존경과 같은 긍정적 감정으로 인한 양지의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만스러운가요? 긴장되고 결핍감에 힘이 드나요?

    당신은 경멸, 갈망, 후회, 비난 같은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음지의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양지로 가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 음지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인지하든 못하든 말입니다. 모순이지요.

    “거기가 ○○회인가요?”

    최근 들어 마음공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지 필자가 활동하는 영성단체에 대한 문의전화가 잦습니다.

    “네. 맞습니다. 어떤 문제로 전활 하셨을까요?”

    대답도 하기 전에 한숨부터 푹푹 쉽니다. 음성들이 푹 끓인 우거지 같거나 날선 송곳 같습니다.

    “우리 애기가 도무지 독립할 생각을 안 해요. 나이가 서른이 됐는데 엄마 젖 빠는 아기 같아요.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그곳에서 전생을 치유하고 기수련을 하면 해결이 될까요?”

    말에는 힘이 있어서 말하는 그대로 실현됩니다. 호칭도 그렇습니다. 장성해 가정을 꾸릴 나이의 아들을 ‘애기’라고 하니 아들은 성장할 이유가 없습니다. 애기는 성장하면 안 되니까요.

    영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기도 모르는 모순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인지 심리가 모든 심리치료의 기초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자기도 모르는 모순에 빠졌는지 한 번 알아차림 해 볼까요?

    최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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