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촉석루] 깨진 유리창- 황문규(경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2-09-15 19:34:09
  •   

  • 유리창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 그래서인지 (깨진) 유리창을 모티브로 한 범죄학 이론도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짐바르도(Zimbardo)는 중고차 2대의 보닛을 열어둔 채로 한 대는 슬럼가에, 다른 한 대는 고급주택가 부근에 주차시켜 놓고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슬럼가에 주차된 차량에서는 불과 10여분 만에 배터리, 라디에이터 등이 분실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차량의 거의 모든 부품들이 사라졌다. 반면 고급주택가 부근의 차량은 5일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미국의 범죄학자 켈링(Kelling)과 윌슨(Wilson)은 짐바르도의 실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급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을 망치로 깨트리는 실험을 한다. 실험에서 연구자가 차량의 유리창을 깨트리자 지나가던 사람들도 덩달아 이 차량을 부수고 심지어 부품까지 훔쳐가기 시작한다. 이 실험을 이론화한 것이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다. 사소하지만 깨진 유리창 하나, 즉 경미한 범죄라도 이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에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 이론은 1980년대 높은 범죄율로 악명 높았던 뉴욕 지하철에 적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뉴욕 지하철 내부와 벽면에 가득 찬 낙서를 제거하자 지하철 범죄율이 50%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는 범죄 발생의 기회를 주는 생활환경의 개선이 범죄율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근에는 아파트·공원 등 생활공간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디자인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도시(동네)재생사업에 적용해 우리동네의 가치 내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되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CPTED를 확대·적용해 가칭 ‘안전한 길 조성사업’을 민선 8기 도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수확기 농산물 절도를 예방하는 길이다.

    이 사업이 도민의 팍팍한 삶에 활력을 주어 도민이 행복하고, 그래서 활기찬 경남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황문규(경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