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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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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12)·끝 어서 가라

‘오지마을의 삶’ 세상과 연결해 준 ‘상생의 시간’

  • 기사입력 : 2022-10-03 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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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 마지막이라카이 인자사(이제서야) 물어본다. 처음에 입사마을은 우째 알고 찾아온기고?”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취재팀 ‘마기꾼들(마을기록꾼들)’이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에서 각종 심부름을 하며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전달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달 29일은 취재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는데요. 마기꾼들과 함께 의령읍내에 들러 압력밥솥을 수리하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심부름센터 단골손님 윤기연(80) 어르신이 그동안 하지 않으셨던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도영진 기자가 작별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다.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도영진 기자가 작별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다.

    ◇‘정’과 ‘감’의 연결= 어르신께 질문받고 입사마을을 처음 찾았던 지난 6월 30일이 떠올랐습니다. ‘고령화된 소멸 위기 농촌 지역에서 심부름꾼이 되자’ 는 생각만 갖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이날에 앞서 그 전날에도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보며 의령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을 찾아다녔고요. ‘의령군의 도움을 받아 장소를 정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오롯이 저희의 힘으로, 그리고 ‘감’으로 마을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의령읍을 제외한 전 면 지역을 다 돌아보고, 의령과 관련한 몇년간의 기사와 의령군 홈페이지에서 버스 배차표까지 샅샅히 훑으며 감으로 찾아간 마을들을 다 가봤더니?

    와야 할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람 숫자가 적은 건 모두 비슷했지만 도로 연결이 비교적 잘 되어 있고 면 소재지와도 가까운 마을이 많았습니다. 도로가 잘 연결돼 있단 뜻은 마을과 마을의 교류가 용이하다는 의미였고, 면 소재지와 가까우니 생활 불편도 비교적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부름센터와 마을을 연결해야 할 곳은 ‘외딴 마을’, 그러니까 오지여야 했습니다.

    아랫마을인 어촌마을과도 뚝 떨어져 있고, 한우산 자락 바로 아래 첫 마을이다보니 ‘오지 중의 오지’인 입사마을만한 곳이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이곳에서 꼭 심부름센터를 열어야겠다’ 마음먹은 건 따로 있었습니다.

    처음 마기꾼들과 조우한 어르신들이 긴장한 청년들에게 활짝 열어준 마음, 바로 정(情)이었습니다. 이곳엔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가 많겠구나 감이 왔습니다. 어르신들의 ‘정’이 마기꾼들의 ‘감’으로 연결된 거였지요.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도 기자와 윤기연씨가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도 기자와 윤기연씨가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마을과 언론의 연결… 지역언론 본연의 역할 시도= 입사마을 주민들의 삶을 12편의 기사와 10편의 영상으로 기록해 마을 밖 전국으로 꺼낸 3개월은 ‘연결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자 종이신문에 담긴 이인순 경남신문 독자위원(창원문성대 사회복지과 교수)님의 언급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과 ‘언론 위기’에 처한 지역언론의 위기 원인과 대안을 상생을 통해 찾는 게 목표였습니다.

    소멸 위기 마을의 주민들의 삶을 마을의 일부가 되어 보여드리면서 ‘마을엔 무엇이 필요한가’ 모색해보고 싶었고, 마찬가지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지역신문 종사자로서는 소멸위기 마을 취재를 통해 언론 위기의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고요. 마을과 언론의 연결을 통해 지역을 살리고, 지역언론을 살리는 방법을 찾고자 한 실험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요? 고백컨대 객관적인 수치와 통계로 두 위기의 실체를 증명할 수 없었고, 소멸을 극복할 ‘묘책’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마기꾼들은 위기극복의 작은 실마리를 이번 연결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소멸 위기와 언론 위기 모두 ‘하이퍼 로컬(가장 지역적인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소멸은 의식주 가운데 공간, 즉 주거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느냐가 곧 소멸을 막을 핵심이니까요. 한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공동체인 자연마을의 불편과 그 해결 과정을 통해 소멸을 늦추고 주민들이 더 편하게 살 여건을 만들어나간다면 지역사회 전체의 소멸 대응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의 위기도 공간과 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포털 중심의 언론환경 변화로 지역신문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과 먼, 소위 ‘중앙’의 소식을 그저 쉽게 다루면서 지역 언론이 위기를 자초한 게 더 큰 이유입니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부산일보 ‘산복빨래방’·‘숨비’처럼 지역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지역언론이 ‘초밀착’하는 ‘본연의 시도’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콘텐츠 혁신으로 이어져 언론의 위기도 극복해나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역소멸 위기만을 떼놓고 본다면, 실태를 알리고 주민 한분 한분의 삶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 대응해나가는 ‘미디어 허브’가 지역신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지요. 언론학계에서 주목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고요.

    오태완 의령군수가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열린 ‘의령군 소멸위기 극복 경로당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태완 의령군수가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열린 ‘의령군 소멸위기 극복 경로당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의령군의 소멸위기 대응, 입사마을에서= 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가 지역소멸 극복 미디어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한 시도의 마지막은 바로 마을과 행정을 연결하는 일이었습니다.

    경남신문과 의령군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 입사마을 경로당에서 ‘의령군 소멸위기 극복 경로당 토론회’를 함께 열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태완 의령군수가 직접 경로당을 찾아 패널로 참여했는데요, 신영도(74) 노인회장님 말씀에 따르면 현직 군수가 입사마을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오태완 군수는 토론회에서 의령군에 가장 시급한 일이 바로 소멸위기 극복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의령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만6300여명으로 전국 226개 시군 중 215번째로 적고, 경남에서는 가장 적습니다. 오 군수의 의지로 전국 최초로 ‘소멸위기대응추진단’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소멸위기 대응을 위한 의령 살리기 조례’를 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오 군수는 “기사를 통해 입사마을 어르신들을 접하면서 ‘이게 사람사는 모습 아닌가’ 싶었다”며 “경로당을 찾아 직접 주민분들을 뵙고 말씀을 듣게 된 계기로 관심과 사랑, 소통행정의 중요성과 소멸위기 극복의 절박함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 군수는 토론회를 마치고 경로당 밖으로 나가 큰 차가 오가기 힘든 마을 진입로를 직접 확인해 조치하도록 하고,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산사태가 난 뒤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마을 뒷산도 점검하더군요. 주민 한분 한분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것에서부터 소멸 위기 대응책을 찾으려는 오 군수와 의령군청의 절실함과 적극행정 의지가 이날 엿보였습니다. 마을주민들은 “고을의 원(元)님이 오신다”며 가마솥에 불을 지펴 수육을 삶고 도토리묵을 만드시는 등 군수의 방문을 마을의 경사로 여기시더군요. 마을 어르신들의 흐뭇한 미소, 마기꾼들에게도 잘 전해졌습니다.

    도 기자가 경남신문과 LG전자가 마련한 최신형 무선 청소기를 전달하고 있다.
    도 기자가 경남신문과 LG전자가 마련한 최신형 무선 청소기를 전달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마치며= 경로당 토론회를 마친 후 경로당에 둘러앉은 마을 어르신들과 마기꾼들은 수육과 도토리묵, 단술(식혜)을 곁들여 ‘쫑파티’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경남신문사와 LG전자가 마련한 최신형 코드제로 무선 청소기를 선물로 전해드리기도 했습니다.(사랑해요~ LG!)

    작별의 시간입니다.

    “이제 못 봐서 우야노. 정이 많이 들어뿠는데. 후제(후일에) 의령에서 우연히 만나거들랑 반갑게 인사해야 된데이.”

    “다음엔 심바람(심부름) 하러 오지 말고 꼭 놀러 온네이.”

    어르신들께 큰 절을 드리고 경로당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어르신들이 챙겨주신 수육과 도토리묵을 들고 차로 향합니다. 헤어짐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어서 가라. 자꾸 안 가면 서운해서 안 된다.”

    어르신들의 인사가 이제 더 이상 ‘다음 주엔 언제 오노?’가 아닙니다. 고개를 하늘로 들어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습니다.

    *이상으로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영업을 모두 마칩니다. 입사마을 주민 여러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글= 도영진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지역소멸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영상은 유튜브 경남신문 채널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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