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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 위해 대학교 엘리베이터 설치 이끈 윤종훈씨 별세

  • 기사입력 : 2022-10-04 12: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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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고 경남대 인문관 엘리베이터 설치를 이끌어오며 장애인 인권 보장에 앞장섰던 윤종훈(41)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가 41세 나이로 지난 2일 별세했다.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제공/
    윤종훈 전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제공/

    윤 씨는 마산에서 태어나 11살 때인 1992년 2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전동휠체어에 의존한 채 생활해야 하는 지체 장애 1급 장애인이 됐다. 이후 윤 씨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창신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이후 2012년 경남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다.

    대학은 전동휠체어로 강의동에 가야하고 학생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그가 주로 이용해야 했던 인문관 건물은 장애인 편의 시설이 부족했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1층 외에서 진행되는 토익, 진로 수업 등은 들을 수도 없었다.

    그는 이런 현실 속 대학 측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학은 해당 건물이 노후화됐고, 일부 강의실을 없애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그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인권위에 진정도 제기한다. 또 2015년에는 학교 측을 상대로 15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도 냈다.

    법원과 인권위는 학교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9월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고, 2016년 2월 인권위는 윤 씨 진정을 받아들여 경남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경사로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남대는 인문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이후 장애인 편의시설이 확충된 종합강의동을 신설했다.

    2017년 경남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경남도청 노숙 농성에서 윤종훈 전 대표가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제공/
    2017년 경남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경남도청 노숙 농성에서 윤종훈 전 대표가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제공/

    그는 본인이 겪었던 인권 침해와 장애인 권리 향상을 위해 2015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6년도에는 창원시가 교통약자 콜택시 100대 중 46대를 감차하려고 하자 강력히 반대하며 23일간 노숙 농성을 했다. 그 결과 감차를 막고 10대가 더 증차 되기도 했다.

    그는 2020년부터 건강이 악화돼 활동할 수 없는 상태까지 오게 됐다. 결국 지난해 5월부터 대표직을 내려두고 요양을 시작했고 내년 2월 다시 복귀할 예정이었다.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본인과 같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활동을 한 윤 대표가 떠나 슬프다"며 "장애인 복지가 수많은 이유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남은 이들이 고인이 이루지 못 한 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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