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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한글을 바르게 알고 사랑합시다- 이재돈(김해문화원 이사·향토사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2-10-10 1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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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9일, ‘한글날’은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 말인 한글은 자음 14자와 모음 10자를 합하여 모두 24자로 구성된 소리글자로서 세계의 유수한 언어 가운데 가장 다양한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리글자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교수는 2013년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경제 발전과 한류 문화의 확산에 힘을 입어 우리말인 한글을 교육시키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은 자국의 언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하는데 한글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60여개국에서 34만여명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국적 불명의 문자와 듣기조차 거북한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어 한글날을 보내면서 씁쓸해지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알잘딱갈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스불재(스스로 불러 온 재앙)’, ‘퇴튜던트(퇴근하고 공부하는 사람)’,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 등의 신조어를 제대로 알아듣는 어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잘못된 언어 사용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한글 사용 능력을 저하시키고 세대 간의 의사 소통 단절은 세대 간 갈등을 자아내고 있다.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면서 한글의 앞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번 연휴에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서니 ‘BPR’을 실천하자는 홍보 영상을 보게 되었다. ‘BPR’이란, 고속도로에서 사고 또는 자동차가 고장이 났을 때 ‘B(비상등)’는 제일 먼저 비상등을 켠 후 ‘P(피하기)’는 안전한 도로 밖으로 탑승자 전원이 신속히 피하고 ‘R(알리기)’는 구난·구조를 위해 도로공사 콜센터 또는 경찰에 알리는 2차 사고 예방 행동 요령’ 뜻하는 홍보 영상이었다. 한글로 ‘비피알’이라고 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영어 사용을 보면서 한글날이라 그런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한 나라의 언어는 민족의 정서와 역사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시대 상황에 조금씩 변화, 발전되어 왔으며 민족의 정체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 남용되고 있는 정체불명의 신조어는 한글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으며, 아무런 제재도 없이 인터넷이나 대중매체를 통하여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또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혐오신조어를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언어 폭력은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원이 되고 있다.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표준어의 범주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글 맞춤법의 틀 안에서 자연스러운 언어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신조어 사용에 대한 적절한 규범과 규제가 필요하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제576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관계 공무원들의 보다 쉽고 바른 공공언어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경상남도교육청 공공언어 바로 쓰기’ 책자 1000권을 제작, 배포하는 등은 한글 바로쓰기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기초 학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교육 당국은 독서교육, 한글백일장, 경필쓰기, 고전읽기 등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은 물론 정부와 언론 매체에서는 아름답고 맛있는 우리 말을 바로 알고 한글을 사랑하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글을 바로 알고 바르게 쓰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다.

    이재돈(김해문화원 이사·향토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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