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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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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소나기 캠페인] (10) 34년간 후원 이어온 강유천씨

“나눔은 끝없는 기쁨… 아이들 삶에 한줄기 빛 됐으면”
어린 시절 회상하며 ‘키다리 아저씨’ 결심
직장서 첫 월급 받아 5000원으로 나눔 시작

  • 기사입력 : 2022-10-10 21: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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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경남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소·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소나기 캠페인의 열 번째 순서로 34년 동안 후원을 이어온 강유천(60)씨를 만났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강씨는 어려운 유년생활을 보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한번 가져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엔 그 누구라도 자신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렇게 성인이 된 그는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누군가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리라고 마음먹었다. 강씨가 키다리아저씨로서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전달한 희망은 800여만원에 달한다.

    34년 동안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이어온 창원의 강유천씨가 활짝 웃고 있다.
    34년 동안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이어온 창원의 강유천씨가 활짝 웃고 있다.

    ◇도움이 필요했던 아이는 커서 ‘나눔 전도사’가 됐다= 처음으로 직장을 얻어 이곳 창원으로 오게 된 강씨는 수익이 생기자마자 어린이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5000원으로 마음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월급은 10만원대였다.

    “나눔은 내 스스로 돈을 번다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특히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나와 같던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죠.”

    강씨와 처음으로 결연된 아동은 교사가 되고 싶다던 여자아이였다. 두 번째 아이는 직업군인이 돼서 자신의 꿈을 이뤘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보며 아이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러나 아이가 살고 있는 시설을 들릴 때면 어른으로서의 부채감이 들었다.

    “지금은 시설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환경이 너무 열악했죠. 작은 선물에도 햇볕같이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는 혼자만의 나눔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들겠다고 그때 마음을 먹었다. ‘나눔 전도사’가 된 이유다.

    ◇모든 아이들 빛 아래에서 자라나기를= 강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눔을 전도했다. 수줍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전도생활’에서는 누구보다도 활력 있는 사람이 됐다. 그의 손에 이끌려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은 십 수명이 넘는다. 그런 적극적인 활동으로 강씨는 경남에서 제일 오래된 경남후원회의 운영위원으로 올라 있다. 아이들을 돕기 위한 지원 계획과 행사 등을 고려하는데 그의 손길이 곳곳에 닿고 있다.

    강씨의 가족도 모두 후원자다. 가족에게는 따로 권유한 적이 없었지만 알고 보니 모두 자연스럽게 후원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 아들과 딸, 사위까지 모두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저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죠. 친구들, 직장 동료들을 설득하면서 후원자를 늘리는데 열과 성을 다하니까요. 1년에 10명은 데려오는 것 같아요. 부부라서 닮는 걸까요.”

    차근차근 나눔을 확산할 때마다 강씨는 자신의 목표가 멀지 않다고 느낀다. 그의 목표는 ‘아이들의 삶에 그림자가 없는 것’이다. 강씨는 지난 2017년 어린이재단과 함께 갔던 네팔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네팔에 큰 지진이 발생한 후, 마을의 유일한 학교가 무너져 재단과 후원자들이 학교를 지어줬다. 강씨 또한 학교를 보기 위해 일주일간 네팔을 방문했다. 학교는 해발 2700m 높이의 산에 지어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작은 산을 넘어가며 3, 4시간을 걸어 다녔다. 변변찮은 신발이 없기 때문에 모두 맨발로 다니거나 발이 불편한 조리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재단과 후원자들이 그런 아이들을 위해 운동화를 선물하자 아이들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의 이치인 건 알아요. 그러나 아이들만큼은 어둡고 습한 그림자 아래가 아닌 따뜻한 햇볕 아래서 자랐으면 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린이 모두가요.”

    ◇나눔은 끝없는 기쁨으로 돌아온다= 강씨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전도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데려오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데려오는 선순환을 꿈꾼다. 그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작은 나눔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무언가로 되돌아온다. 그는 예전의 자신처럼 취업을 하자마자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시작한 아들 이야기를 했다.

    “갓 입사해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또 현재 아들이 외벌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담이 좀 되지 않냐 얘기하니까 돌아온 대답이 참 우문현답이었습니다. 내가 내 기쁨을 사는 것인데 부담될 것이 뭐가 있겠냐 그러더군요. 맞습니다, 나눔은 우리에게 끝없는 기쁨으로 돌아옵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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