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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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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지적 깨달음의 시작(2)-가해자도 나, 피해자도 나- 최혜인(소설가)

  • 기사입력 : 2022-10-13 1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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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접니까? 왜 하필이면 저란 말이냐 구요?”

    간암에 걸린 젊은 아빠입니다. 많이 진행되어 말기 상태입니다.

    소리소리 악에 받쳤지만 곧 울음을 터뜨립니다.

    “어떻게 죽으란 말입니까? 아내랑 애들을 두고 아빠가 어떻게 먼저 죽는단 말입니까?”

    공감을 넘어 가슴이 아리지만 몸, 마음 치유사의 길을 걷는 필자는 독해지기로 합니다. 불교 심리 상담을 전공한 까닭에 무조건 공감하는 로저스의 인간 중심 상담 기법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만 그것으로는 심각해진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음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까닭이지요.

    “이 모든 걸 실은 선생님께서 직접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그게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펄쩍 뛰는 경우와 뭔진 모르지만 뭔가 있는 것 같아서 무슨 말씀이냐 되묻는 경우입니다.

    영성 트레이닝을 먼저 받은 사람의 직감은 이 지점에서 치유의 향방이 가늠됩니다.

    육신의 병은 명백한 골절이거나 바이러스가 아니면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깁니다.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즉 오장에서 생기지요. 물론 소화기계인 육부도 있지만 그건 인간의 의지로 제어 가능하기에 여기서는 열외로 하겠습니다.

    이 오장은 각각의 감정과 연관돼 있어 간은 분노, 심장은 욕망, 비장은 근심 걱정, 폐는 슬픔, 신장은 공포입니다. 즉, 간암에 걸렸다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이 잘못돼 간이 욕을 보았다는 뜻입니다.

    간은 주인이 욕을 보이지 않아도 매우 힘이 듭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저장했다가 분해하거나 합성해 혈액 속으로 내보내며 온갖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살균하고 해독합니다. 가만 둬도 숨이 찹니다.

    한데다 주인인 나까지 가세를 합니다. 살 수가 없습니다.

    의식 지도를 만든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듭니다.

    억압, 회피, 표출입니다.

    분노를 억압, 회피, 표출하면 간이 뒤집히고, 욕망에 휩쓸려 그렇게 하면 심장이 타고, 근심 걱정을 소환하거나 가불해 쓰면 비장이 상하며, 슬픔을 소화하지 못하면 폐가 망가지며 공포를 조율하지 못하면 신장이 말라버립니다.

    “아버지는 술에만 취해 오면 어머니를 때렸지요. 하루는 들고 있던 재떨이를 던져 어머니의 이마가 터졌어요.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를 숨어서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어요. 죽여 버려야겠다고.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억압이었습니다. 밥과 용돈, 교육비가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른만 되면….

    그러나 어른이 되기도 전에 아버지는 이 생을 마감했고, 상을 치른 후에는 자신이 간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 이제 명백해졌습니다.

    피해자는 누굴까요?

    가해자는요?

    최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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