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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디지털 아트-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22-10-17 19: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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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면에 컴퓨터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때 출현하는 블루스크린이 나타난다. 이 블루스크린은 보자기처럼 변해 형체가 없는 사물을 감싼다. 보자기에 덮인 형태를 통해 그것이 ‘생각하는 사람’, ‘피에타’ 등 미술사적 가치를 지니는 조각 명작들임을 알게 된다. 잠시 뒤 이 작품들은 블루스크린에 싸인 채 서서히 사라진다.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본전시1에 참여한 이용백 작가의 출품작 ‘NFT 미술관’이라는 짧은 영상이다. 영원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되는 예술 작품의 허무한 퇴장과 새로운 예술 형식의 등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천년을 이어온 전통 미술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려면 직접 전시장을 찾아가야만 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소품이라도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고 훼손, 도난 우려가 있어 소장하기가 번거롭다.

    미술품 유통은 소수에게 독점된 폐쇄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가치 평가도 마찬가지다. 작가 입장에서도 캔버스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문명의 실상과 감성을 담아내고, 비 가시적이고 추상적인 세계를 형식화하기에 부적합하다.

    이런 가운데 컴퓨터 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통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실재와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한 예술의 개념인 디지털 아트가 등장했다.

    디지털 아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창작 및 표현 과정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예술 작품 및 그 창작 행위’를 말한다. 1970년대 이후 컴퓨터 아트와 멀티미디어 아트, 미디어 아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다양한 예술 작품과 작업이 이 범주 안에 포함된다.

    디지털 아트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변화는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 영역을 더 확장했다. 예술가들은 작품 안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이른바 선형이 아닌 비선형 방식의 구현이다. 전시 공간도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까지 확장됐다.

    하지만 디지털 아트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데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작품이 jpg, gif, mp4, avi 같은 디지털 파일이기 때문에 쉽게 불법 복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자의 동의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가공하거나 변형하는 경우가 허다해 기존 미술시장에서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한 방법이 생겼다. 바로 NFT로 만드는 것이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말한다. NFT는 신종 디지털 자산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한다. 원본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볼 수 있지만, 작품의 소유권은 낙찰 받은 이들이 갖는 형식으로 각 콘텐츠에 부여한 표식이 진품을 보증한다.

    NFT 아트는 특히 MZ세대에게 각광 받고 있다.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을 통해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가치에 따라 가격이 측정돼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물 미술품에 익숙한 미술 애호가들에겐 디지털 아트가 낯설고 생소하지만 동시대 상황과 세태를 반영하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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