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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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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 죽인 ‘산소 부족 물덩어리’ 무분별한 개발로 악화

‘죽음의 바다’ 만드는 빈산소수괴

  • 기사입력 : 2022-10-20 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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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8일 ‘마산만 정어리 집단 폐사’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마산만과 진동만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를 정어리의 ‘산소부족 질식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해양 생물의 숨통을 막는 빈산소수괴는 해역을 ‘죽음의 바다’로 만든다. 전문가들은 해양에서 진행하는 많은 준설·건설이 빈산소수괴 발생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20일 1면 ▲연근해 서식하는 정어리 왜 마산만까지 왔을까 )

    지난 4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마을 앞 바닷가에 집단폐사한 어린 정어리가 가득하다./경남신문DB/
    지난 4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마을 앞 바닷가에 집단폐사한 어린 정어리가 가득하다./경남신문DB/

    ◇죽음의 물덩어리, 빈산소수괴= 정어리떼를 죽음으로 몰고 간 빈산소수괴는 해수 중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3㎎/L 이하인 물 덩어리를 말한다.

    빈산소수괴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생활하수나 가축분뇨 등이 연안으로 유입돼 박테리아가 유기물 분해를 하면서 용존산소 소모가 일어나 발생하기도 하고, 해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밀도차이로 산소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빈산소수괴는 어패류뿐만 아니라 바닥에 사는 저서생물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빈산소수괴로 인해 폐사한 해양생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산소 소모가 일어나 현상은 더 심화된다. 빈산소수괴가 광범위한 해역은 ‘죽음의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의 바다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정어리 폐사가 발생한 마산만과 진동만은 해수흐름이 적은 반폐쇄성 내만으로, 빈산소수괴가 발생하는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는 맞은편에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가 자리해 있어 해수흐름이 다른 연안보다 저조하다.

    아울러 마산만과 진동만을 잇는 진해만 자체가 빈산소수괴가 매년 발생하는 해역이다. 올해도 지난 6월부터 남해 연안을 위주로 발생한 빈산소수괴가 진해만까지 확대됐다. 대체로 빈산소수괴의 피해 대상이 어패류를 양식하는 어업인들이기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은 어장환경측정망을 통해 매년 굴·홍합·가리비·미더덕 등 양식활동이 활발한 진해만에서 빈산소수괴 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마산만~진동만 잇는 진해만은 내만
    해수 흐름 적어 매년 물덩어리 발생

    항만·항로 위한 구조물 준·건설
    해수 흐름 줄여 빈산소수괴 심각

    진해만 막는 ‘진해신항’ 가장 우려
    재발 방지 지속 모니터링·관심 필요

    ◇무분별한 개발이 빈산소수괴 늘린다= 반폐쇄성 특징을 가진 해양에서 빈산소수괴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이 같은 일이 더 잦아지고 광범위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항만과 항로를 위한 준설, 인위적인 구조물 등이 빈산소수괴를 유발하는 충분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종성 안양대 도시환경바이오공학부 교수는 “진해만과 마산만은 준설이 굉장히 잦은 지역”이라며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밑에 있는 모래를 끌어올리고 군데군데 빈 구덩이가 생기는데 이곳들도 빈산소수괴에 굉장히 취약한 부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적인 구조물 자체가 해수흐름을 저해하며 빈산소수괴를 심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진해만 입구의 절반이 막히는 진해신항 건설이다. 진해신항 건설사업이 기존 안으로 진행되면 가덕수로의 절반을 매립해 입구를 막게 된다. 류 교수는 “입구를 틀어 막으면 해양 순환이 저해될 것은 자명하다. 이로 인해 빈산소수괴 현상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가 갈 것”이라며 “특히 연안오염총량관리가 시행되고 있는 마산만 해역은 해역의 균형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희자 창원물생명연대 대표 또한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바다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진해신항은 해수 흐름을 끊어버린다”며 “해수 흐름은 빈산소수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해수 흐름이 줄어들면 수온이 올라가고 바닷속 퇴적물이 쌓인다. 퇴적물은 썩으면서 빈산소수괴를 발생시킨다”고 얘기했다.

    마산만 물고기 폐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빈산소수괴의 발생 추이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0년부터 어장환경측정망을 통해 마산만의 빈산소수괴 발생을 관찰해왔지만 양식장이 많은 진해만과 달리 마산만은 양식장이 없다는 이유로 2019년 측정을 중지했다.

    이성진 마산만특별관리해역민관산학협의회 사무국장은 “빈산소수괴가 마산만에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범위와 생태 영향력까지 살펴야 한다”며 “어장이 없다는 이유로 모니터링 환경 자체가 구축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전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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