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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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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경남경제,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해야 할 때 - 신현열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0-23 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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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에 온통 먹구름이 끼었다. 복합위기, 퍼펙트스톰, 총체적 난국 등 뉴스에서는 매일 위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금년 들어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큰 폭의 금리 인상에다 환율 급등까지 겹쳐 기업들과 가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역수지까지 몇 개월째 적자를 지속하다 보니 국민들의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당연해 보인다. 매우 어려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은 상당 부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외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달러 초강세,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 중국 경제 부진 등.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들의 경제 안정을 위한 책임과 비범한 정책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난국을 이겨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는 듯하다. 기업들은 세계적 경기둔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초래할 매출 감소와 각종 비용 상승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 생활 고통을 견디기 위해 빚을 갚거나 소비를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불안감은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대외 순채권국으로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고 단기외채비율도 아직 낮은 수준이라 대외 지급 능력은 괜찮은 상태다. 최근에 환율 급등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지만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동일 신용등급 국가에 비해 건실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 부문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출 상황이나 이익률, 부채비율 등 객관적 재무지표가 아직 나쁘지 않다. 금융기관은 자산의 건전성, 자본의 적정성, 유동성 등 위기 대응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의 경남지역 경제 상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도 제조업 생산이나 소비지출 등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도내 제조업 중 가장 큰 비중(총부가가치 기준 21.1%)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신규 수주가 컨테이너선, LNG선 등 주력 선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 방위산업 매출액과 종사 근로자의 약 50%에 육박하는 도내 방위산업 업체들의 대규모 수주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업체들의 생태계도 새 정부 들어 점차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실물경기 여건 변화는 도내 기업 경영인이나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월 들어 기업인들의 업황 판단이나 소비자들의 경기 및 생활 형편에 대한 인식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고금리와 고물가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금융·재정 측면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안 심리가 과도해지면 작은 충격에도 쏠림 행태를 유발해 실제로 위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부정적 경제지표들 속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발견하고 비상한 각오로 위기 상황에 대비한다면 이번 먹구름이 지나간 후 더욱 튼튼한 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현열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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