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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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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교의 소극적 대응, 개인만의 문제인가

  • 기사입력 : 2022-10-27 19: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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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훈 정치여론부 차장대우
    김용훈 정치여론부 차장대우

    의령의 한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욕설 등 폭언을 퍼부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언론에 떠들썩하게 오르내렸다.

    한적한 농촌마을의 이 학교는 한 학년이 10명 내외인 소규모 학교다. 학부모들은 A교사가 학생들에게 “네가 이러고도 학생이냐, 농사나 지어라”, “돼지보다 못한” 등의 폭언에 격분하며 A교사가 교직을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과 도교육청에 따르면 A교사는 수업 나눔 행사 중 청소 지도 과정에서 5학년 학생 전원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이후 이 교사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을 알면서도 5학년 학생들을 찾아 2차 폭언까지 했다. 학부모들이 사과를 요구하며 학교를 재차 방문할 때 벌어진 일이다.

    해당 교사도 문제지만 학교 측의 대응도 매우 미흡했다. 최초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은 후 8일이 지나 이 교사의 공개사과가 이루어졌다. 일주일이 넘게 학부모들이 수차례 항의 방문하는 동안, 교사의 2차 폭언까지 있은 뒤에야 피해학생과 분리 조치가 있었다. 재발 방지 대책 등 즉각적인 조치가 진행됐어야 했지만 학부모들의 면담 요구와 A교사의 사과 등 학교 측의 조치는 초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학부모 전원이 등교 거부까지 벌이며 학교를 찾아 항의한 후에야 수사기관에 대한 신고와 A교사의 사과 조치가 이어졌다.

    A교사가 학생들에게 한 폭언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도 담겼다고 한다. 그런 표현도 심각한 문제지만 무엇보다 농촌의 학생들에게 ‘농사나 지어라’라는 비야냥이 어떻게 교육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A교사의 행동은 극히 일부 사례겠지만 비단 개인만의 문제일까. 학교와 교육당국의 책임도 크다. A교사에 대한 조사와는 별개로, 경남교육청은 후속 조치에 대해 철저해야 할 것이다. 사전 예방 대책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기에 학교가 차지하는 영향은 크다. 더군다나 1명의 교사는 수백 수천명의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김용훈 (정치여론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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