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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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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대학의 생존과 발전 방안은- 송신근(창원대 회계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0-30 19: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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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대학입시에서 반복되는 현상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추가모집이다. 각 대학들은 추가모집에 대비하여 정원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를 충원합격자로 발표한다. 그 숫자는 때론 정원의 2배수에서 3배수에 이른다. 물론 학생들이 수시모집에서 6회 전형, 정시모집에서 3개 군에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탓도 있다. 하지만 정원에 비해 훨씬 많은 인원을 충원합격자로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의 추가모집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수학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정원 미충원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대학 지원자가 대학 입학정원에 턱없이 부족한 탓에 있다. 하지만 어떤 대학들은 정원의 1배수에 훨씬 못 미치는 충원합격자 중에서 입학정원을 모두 채우거나, 심지어 같은 대학 내의 어떤 학과는 충원합격자 1순위에도 합격 통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차이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대학 내 학과에 따른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결국은 차별화 또는 졸업 후 진로의 전망에 따른 경쟁력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대학,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학생정원 미충원, 일부 학과 폐과, 대학 폐교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대학의 현실은 마치 우리나라 전래 동화인 ‘해님 달님’을 보는 듯하다. 호랑이(학령인구 감소)가 남매의 어머니(대학)에게 떡을 하나씩 달라고 하다가(정원 미충원에 의한 정원 감축) 나중에는 줄 떡이 없는 남매의 어머니를 잡아먹는(폐교) 동화 속 내용과 다르지 않다. 결국은 어머니의 보호 속에 있던 남매도 목숨을 잃게(대학 구성원 퇴출) 되듯이 말이다. 대학이 직면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과거 기업들이 처했던 IMF 외환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때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견뎌내지 못해 인원감축, 사업축소, 부도, 파산 등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사업을 더욱 발전시켜 새롭게 도약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혁신전략을 추진한 기업들은 생존·발전하였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비록 대기업일지라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듯이 대학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그동안에 익숙한 것들을 버리고 특성화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혁신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모든 조직의 혁신전략 추진에서와 같이 대학의 혁신전략도 구성원들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저항의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들과 소통하지 않는 본부 중심 상의하달 방식의 혁신전략이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교육현장에서 나온 혁신전략이 아니라면 적실성도 없고, 구성원들의 공감대도 얻지 못하여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한 기업들의 혁신전략은 위기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대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현장에서 깁스의 가려움을 줄이기 위해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에 착안하여 세계 최초로 유아용 파우더를 상품화한 존슨앤존슨, 꽉 찬 운송트럭에 가구를 해체하여 싣는 배달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립가구 생산을 본격화 한 이케아 등 수많은 초우량 기업들의 성공적 혁신전략이 본부가 아닌 소통에 기반을 둔 실무현장에서 나왔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통하는 현장중심 경영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예산 및 인사 등에 있어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상황에 처해있는 대학도 기업이 처하고 있는 상황과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혁신전략도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대학본부가 아닌 소통에 기반을 둔 단과대학이나 학과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과 인사 등에 대한 자율성과 권한을 단과대학이나 학과에 전폭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송신근(창원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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