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핼러윈 행사, 무분별 수용 우려”
‘이태원 참사’에 학부모들 걱정고대 제사가 재미 위주로 변하며 영어학원 등 사설기관서 확산 2000년대 MZ세대 주요 문화로“의상 등 보여주기식 행사 지양 여러 문화권 행사 중 하나로 접근을”
- 기사입력 : 2022-10-31 20: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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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중·고등학생을 포함, 10~20대가 집단 압사당한 이태원 대참사 이후 외래축제인 ‘핼러윈 행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31일 1~3면) ★관련기사 3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오전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다. 대다수 사망자가10~20대인 가운데 특히 사망자 중 중학생 1명, 고등학생 5명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참사로 인해 핼러윈 데이 행사의 무분별한 수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31일 서울 한 시장에서 핼러윈 등 파티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유통업계는 핼러윈 관련 행사를 전면 취소 했다. 연합뉴스창원의 학부모 김모(45)씨는 “요즘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핼러윈 행사를 하는데, 무분별한 외래 행사는 중단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핼러윈 데이는 계기 교육에는 포함되지 않아 교육부 및 교육청에서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
계기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루어지는 교육으로, 특정 기념일 또는 시사적인 의미를 가진 주제를 다룬다. 가령 추석을 맞아 추석에 대해 알려주는 행사를 진행하거나, 삼일절을 맞아 삼일절 관련 수업 및 행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하지만 교육기관에서도 핼러윈 데이 행사 개최가 더이상 낯선 일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핼러윈 데이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이태원 압사 피해자가 대다수인 MZ 세대에게는 ‘탈출구’의 주된 문화로까지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교육기관의 핼러윈 행사 주최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내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물론 일부 초등학교에서도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과 학교 등의 핼러윈 데이 행사는 외국문화 및 영어체험을 위한 행사로 진행된다. 하지만 코스튬(의상 입기)과 포토존 등 흥미 위주의 행사도 많아 학부모들은 무분별한 핼러윈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주부들이 주로 가입된 줌마렐라 카페의 한 회원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어떤 행사인지 알고나 했으면 좋겠다. 어릴 때는 의상 입고 사탕 나눠먹는 날에서 아이가 성장하면 분장하고 술 먹고 클럽 가는 날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학부모 김모씨는 “핼러윈은 원래 고대 켈트족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리는 날이 기원이다. 이런 유래가 있는데 굳이 우리나라에서까지 꼭 받아야 할 풍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산합포구의 학부모 정모씨는 “핼러윈 행사가 없었으면 매년 이태원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핼러윈에 대해 아이들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경남교육청은 핼러윈 데이에 관한 교육기관의 행사 주최에 있어서 행사 위주로 치중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핼러윈 행사에 접하면서 그 또래에서 문화적으로 익숙해질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면서 “재미 위주로 접근하고 놀이에 치중하다 보면 어린이들에게는 놀이문화로만 각인된다. 아이들 수준에서 놀이도 좋지만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눈높이에 맞춘 설명도 충분히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핼러윈 데이는 영어학원 등 사설기관에서 많이 하던 행사인데, 언제부턴가 점차 일부 학교에서도 영어권 문화 이해 차원에서 하고 있다”며 “코스튬이라든가 형식적인 면으로만 행사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여러 문화권의 행사 중 하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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