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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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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소나기 캠페인] (11) 26년간 후원 이어온 김순열씨

‘나눔대장’ 소방관 아저씨,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꿈꾸다
어린시절 친구들 이끌던 ‘소년대장’
장성해 보육원·요양원서 나눔 실천

  • 기사입력 : 2022-11-07 20: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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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경남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소·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소나기 캠페인의 열 한 번째 순서로 26년 동안 후원을 이어온 김순열(59)씨를 만났다.

    후원자와 아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어린이재단 ‘후원자의 날’에는 늘 김씨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재단 사람들이 꼽은 ‘가장 인기 있는 후원자’인 김씨는 ‘소방관 아저씨’다. 크고 당당한 풍채 위로 쨍한 주황색 제복을 입은 김씨는 늘 팔과 다리로 매달리는 아이들을 번쩍 들어 놀아준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김씨 또한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는다.

    26년간 후원을 이어온 진주 정촌119안전센터 김순열 센터장이 소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6년간 후원을 이어온 진주 정촌119안전센터 김순열 센터장이 소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골 뛰어놀던 소년대장 ‘나눔대장’ 됐다= 진주 정촌119안전센터에서 소방관들을 진두지휘하는 센터장인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숱하게 ‘대장’ 역할이었다고 얘기했다. 진주가 고향인 김씨는 또래 친구들을 이끌고 푸른 산과 들을 모험하던 ‘소년대장’이었다. 천진한 웃음으로 온 동네를 뛰어다니던 소년은 장성해 지역에서 나눔을 실천하기로 하면서 ‘나눔대장’으로 변모했다. 친구들과 함께 보육원, 요양원에 들러 청소를 돕고 노래하고 춤추며 행복도 전달했다. 진주복지원에도 꾸준히 해오던 후원이 1990년대, 어린이재단으로 연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린이들로 전달된 마음은 26년간 1300여만원에 이른다. 그는 정기적인 후원 외에도 지자체나 직장에서 받는 포상금이 들어오면 고민 없이 내놓는다. 무엇이라도 나누고 싶은 것이 김씨의 마음이다.

    김씨는 후원 외에도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어린이들과 얼굴을 마주한다. 후원자들과 만나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는 김씨의 등장으로 급변한다. 소방관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직업이라며 원하는 대원들을 잔뜩 데려가기도 한다. 그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난 이 직업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애들이 삼원색을 좋아하잖아요. 노랑, 빨강, 파랑. 우리 소방관 하면 딱 그 삼원색이 떠오르거든요. 애들이 나만 보면 너무 좋아하니까 피곤해도 만날 일이 있으면 약속 다 취소하고 달려가죠. 그냥 내 제복만 봐도 그렇게 좋아해주는데 어떡하나요.”

    ◇아이들이 안전히 살 수 있는 세상 왔으면= 소방관인 직업의 특성 상 그는 다친 사람들을 많이 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현장이 안타깝지만 그중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아이들이 다치는 모습들이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저소득 계층일수록 피해는 더욱 크고 고달프다. 어린이들도 이 서글픈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이들은 참 자주 다치는데, 보면 안타까운 게 많아요. 요즘 놀이터는 다치지 않게 잘돼 있는데 옛날 놀이터들은 너무 노후화돼 있어 다치기도 하고. 집에서도 옛날 집들은 문턱이 참 높은데 그런 거에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요. 다 같이 안전하면 참 좋을 텐데.”

    김씨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안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이전에, 차별 없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여건을 어른들이 만들어 줄 수 있는 세상이다.

    “행복이라는 게 별거 없어요. 우리 아이들은 낙엽만 굴러가도 즐거워하는데 무엇보다 건강하고 안 아파야지 행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김씨는 자신이 전달하는 마음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고, 놀고, 먹는 데 쓰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믿음은 꾸준하고 오랜 후원의 원동력이다.

    ◇앞으로 더 많은 ‘나누미’ 만들기 앞장설 것= 목소리도 웃음도 호탕한 김씨는 지역의 ‘인싸’다. 어린시절 친구들을 우르르 데리고 산골을 휘저었던 그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 들어 있는 모임이 20군데가 되는데다 15군데에서는 총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과 같은 ‘나누미’들을 만들 기회가 많았다. 호방한 성격을 가진 그는 주변인들에게 스스럼없이 후원을 권유할 수 있었다. 김씨의 목표는 앞으로도 꾸준히 후원을 지속하며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후원해줄 ‘나누미’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후원을 앞으로도 계속해야죠. 거기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후원을 전도해서 혜택 받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그렇게 노력해나가고 싶어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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