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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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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폭탄 돌리기- 신미균

  • 기사입력 : 2022-11-10 08: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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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들 머리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현재 9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전체 인구의 14% 이상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의 간병이나 요양 문제를 정부와 사회가 공동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나이 많아 병든 엄마를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맹렬한 불꽃이 혹여 내 머리 위에서 터질까 봐 넘겨주기 바쁩니다. 손사래 치는 이유들 충분하겠습니다만, 엄마에게 ‘못 볼 꼴’을 보인 듯합니다. 타는 가을볕에 제 마음이 들킨 듯하여 몹시 부끄럽습니다. 제대로 된 반찬도 없이 홀로 밥 한술 뜨시고 종일 집안에서 맴돌고 있을 우리 엄마, 어쩌면 좋을까요. 미안한 맘이 핑 돕니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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