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인구정책은 백년대계-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22-11-21 19:04:03
  •   

  •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로 OECD는 물론 전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의 산아제한정책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아제한 정책이 본격 시행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0년부터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포스터가 동네 골목골목마다 나붙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은 그 강도를 높였다.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구호 아래 1명만 낳자고 강요했다.

    산아제한정책 기조는 노태우 정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다가 1996년에야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이로 인해 2002년 이후에 출산율이 급감했으나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한 건 2006년부터다.

    조금만 더 빨리 인구문제를 거시적으로 내다보고 미래를 예측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출산정려정책도 근시안적이긴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의 골자는 지원금 지급이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축하금)을 주고 일정 기간 육아비용(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16년간 세 차례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 280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회성·한시적 처방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부모급여 역시 실패한 과거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저출산은 사회구조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큰 만큼 이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불안정이다. 청년층의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하더라도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례가 많다.

    연애, 결혼, 출산, 미래희망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N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는 청년 자살률 증가와 무관치 않다. 20대 사망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충이 출산율 해법의 1순위가 돼야 한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정치권-경제계-노동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차근차근 풀어내야 한다.

    아울러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하는 소득 양극화와 계층 고착화가 해소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취업의 출발선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가난해도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든 기를 수 있고, 공부만 잘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교육 불평등 등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가 줄어든 탓이다.

    부모가 부자면 자녀도 부자가 되고 부모가 가난하면 자녀도 가난해지는데, 어느 누가 아이를 낳아서 힘든 삶을 대물림해주고 싶겠는가.

    개인이 자력으로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된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저소득층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육시설과 서비스를 확충해야 하고,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해 주거, 교육, 의료 등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인구정책은 백년대계다. 돈으로 단기간 내 성과를 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한 뒤 시간이 다소 걸려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