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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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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보이는 ‘사실’과 보여지는 ‘평가 판단’-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1-28 19: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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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는 것만 본다. 그리고 믿는다. 보이는 것은 드러난 실체이며 사실이다. 객관적이다.

    보여지는 것은 보이는 실체, 즉 하나의 피사체 또는 팩트(Fact)를 되씹는 것으로 평가와 판단이 따른다. 주관적이다.

    언뜻 보이는 것만 보고 믿는 태도는 객관성의 확장 또는 극대화, 나아가 주체적인 행동으로 읽힌다.

    그러나 단정은 섣부를 수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보이는 것을 믿지만, 동시에 보여지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사실의 영역인데 반해 보여지는 것은 평가와 판단, 상상의 영역이다. 따라서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영화를 예로 들면 보이는 것 즉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초등학생만 돼도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내용과 주제, 주인공 역할 등 평가에 이르면 의견이 엇갈린다.

    보이는 것을 평가, 판단할 땐 착시도 우려된다.

    ‘에빙하우스 착시’라는 게 있다. 같은 크기의 원이라도 주변 원의 크기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신문에서 도표나 그림 등 데이터 시각화 작업 때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 읽는 사람도 주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객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확증 편향에 빠진다.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아니면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오늘은 11월 29일. ‘10·29 참사’ 한 달이 지났다. 모든 국민이 그 시각 이전으로 상황을 돌리고 싶고, 많은 가정을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사망자 158명, 부상자 196명 등 총 354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것이 사실, 즉 보이는 것이다.

    원인 분석, 관련자 수사 및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 등은 사실을 통해 보여지고 만들어지는 판단에 해당한다.

    참사를 정의하는 용어부터 국정조사 등 전말을 밝히고 재발을 막는 방법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해와 입장이 개입된다. 둘 사이에는 배척과 무시 등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10·29 참사’를 포함하여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착시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알아서 기는 행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숨김이나 속임도 없어야 한다. 입장은 작은 차이도 드러내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시시비비가 아니라 “내 의견은 이렇다”고 말하고 차이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내 의견을 객관화하고 차이를 좁혀서 ‘내가 아닌 우리’로 나아가야 한다.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교육, 입법, 예산 등 모든 시스템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 사사로움이나 정파적 이익이 덧칠되어선 안 된다.

    ‘피지도 못한 꽃들이 서럽게 꺾이고 쓰러진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너진 대한민국 안전 시스템을 세우는 일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보여지는 평가와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 대해 침묵하면 해법은 못 찾고, 재발도 막을 수 없다. 안전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모두가 모두를 위해 참여하는 주체’가 됐으면 한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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