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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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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로 이용자는 왜 통행료 인하에 둔감한가?- 송기욱(교통저널리스트·전 경남연구원 연구전략실장)

  • 기사입력 : 2022-11-29 19: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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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여서 무료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국가재정만으로 부족한 도로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해 도로법 특례인 유료도로법을 통해 도로 이용자에게 통행료를 부담시키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도로의 대부분은 무료이며 5%만 유료로 운영 중이다. 유료도로 중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가 80%를 차지하고, 민자고속도로가 16%, 지자체 유료도로가 4% 정도 수준이다. 창원은 유료도로가 5곳으로 많은 편이다. 거가대교, 마창대교, 팔용터널, 지개남산간도로, 창원부산간도로(불모산터널) 등 전체를 다 이용하면 요금이 무려 1만5500원에 달한다.

    가격과 수요는 반비례 관계이므로, 이들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면 그만큼 이용수요가 늘어나서, 통행료 수입의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일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도로를 포함한 공공재(수도, 전기 등)의 경우, 대부분 수요의 가격탄력성(수요의 변화율/가격의 변화율)이 비탄력적이다. 수요탄력성은 대체재가 많을수록,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가격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사치재일수록 탄력적인데, 도로와 같은 공공재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비탄력적인 상황에서는 가격이 하락하면 총수입은 감소한다.

    두 번째, 도로 이용자는 통행료 인하보다 통행료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가격 인상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가격 인하에 대한 수요탄력성보다 더 크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양의 이익에 비해 손실의 영향을 더 크게 생각한다. 환언하면, 손실은 이익보다 훨씬 쓰린 법이다(약 2배 정도). 가격 인하는 원래 없는데 주는 경우로 이익에 해당하고, 가격 인상은 줬다가 뺏는 경우로 손실에 해당한다. 가격 인하의 극단적인 경우가 유료도로의 무료화이고, 가격 인상의 극단적인 경우가 무료도로의 유료화인데, 전자(이익)의 경우에 수요가 10~20% 정도 증가하는 것에 비해, 후자(손실)의 경우에는 수요가 20~40% 정도 감소했다. 즉 같은 양의 이익에 비해 손실의 영향이 2배 정도 컸다. 부울경의 실제 사례로, 번영로, 구덕터널, 안민터널, 동서고가로, 황령산터널 등은 무료화 직후 10~20% 정도 차량이 증가했고, 마창대교, 을숙도대교, 거가대교, 창원부산간도로, 부산항대교 등은 시범개통(무료)에서 본개통(유료)으로 전환 직후 20~40% 정도 차량이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아무리 낮춰도 통행료 수입의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는 수요 증가는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유료도로 사업에 있어서 계획 단계에서의 합리적인 수요 예측에 기반한 요금 설정과 민간사업자의 수익구조에 대한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강화, 요금 설정과 수익구조에 문제가 없다면 물가상승분에 해당하는 적절한 요금 인상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송기욱(교통저널리스트·전 경남연구원 연구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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