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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첫 단추 잘못 꿴 거제시 행정타운-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2-15 19: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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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잘못은 첫 단추를 잘못 꿴 데서 시작됐다. 거제시 행정타운 조성사업 얘기다.

    행정타운 조성사업은 경찰서와 소방서 등 거제 전역에 흩어진 관공서가 입주할 부지를 옥포동 야산을 깎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산을 깎을 때 나오는 돌을 팔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업의 기본 구상이었다. 거제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부지를 갖게 된다는 부푼 꿈을 안고 2016년 첫 삽을 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림과 달랐다. 건설 경기 침체로 골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업이 중단되고 만 것이다. 이후 4년 넘게 표류하던 이 사업은 세 번의 공모 끝에 새 사업자를 찾았지만 또다시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골재로 판매할 수 있는 발파암이 당초 예상한 233만㎥보다 60만㎥나 적은 170만㎥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익 나는 돌은 적고 처리비용이 들어가는 흙은 많은 상황.

    두 번째 사업자인 대륙산업개발 측은 거제시에 부족분 보전을 요청했고 시가 이를 검토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적자를 거제시 재정으로 메워주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물음이다.

    설령 부지 공사가 제때 마무리되더라도 이 사업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행정타운 입주 핵심기관인 거제경찰서의 입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옥포동에 자리 잡은 현 거제경찰서는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다. 건립 당시 3급지, 280여 명에 불과했던 근무 인원이 2013년 1급지로 승격되면서 440여 명으로 늘었다.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쓰고 있으며 주차공간도 협소해 청사를 찾는 민원인 불편도 상당하다.

    행정타운 입주를 기다리던 거제경찰서는 거제시 사업이 표류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결국 행정타운 입주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거제시의 행정타운은 반쪽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제시가 추진해 온 행정타운 일처리를 돌아보면 서투르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처음엔 400㎥의 골재를 예측했다가 다음엔 233㎥가 있다고 하고, 실제로 파 본 현실은 170㎥가 전부였다. 주먹구구도 이런 주먹구구가 없다. 땅 속 사정은 제대로 헤아리지도 않고 머릿속 그림만으로 골재 팔아서 공사비 충당하겠다는 허튼 꿈만 꾸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 안 나오니 부족분을 메워달라는 요청에 덜컥 ‘그러마’라고 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모든 것을 스톱시켜 놓고 처음부터 찬찬히 다시 살펴보길 권한다. 이미 한참이나 진행된 사업임을 알고 있지만 억지로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첫 단추를 잘못 뀄을 때, 나머지 단추도 모두 풀어야만 옷을 똑바로 입을 수 있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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