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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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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미래, 건축에 묻다

건축가 민성진- 기능과 감각의 레이어링展
옛집 구조 착안한 미래형 주택 ‘메타팜유닛’
지역성 탐구해온 프로젝트 작품 등 선보여

  • 기사입력 : 2022-12-19 08: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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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으로 농어촌 지역의 변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건축가 민성진은 아난티 남해,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 등에서 새로운 휴양·문화 공간을 제시하며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그 과정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지난 14일부터 ‘건축가 민성진-기능과 감각의 레이어링’ 전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천장 다면체 돔 아래 중앙홀에서는 최근 선보인 ‘메타팜유닛(스마트팜 시스템과 결합한 농촌주택)’을, 돔하우스 갤러리1에서는 그가 27년간 쌓아온 주요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중앙홀 아래 전시된 ‘메타팜유닛’ 파빌리온(실제 크기의 임시건물). 건축 속 건축으로 천정의 다면체 유리돔 그림자와 어우러져 건축적 순간을 만들어낸다./김동규 사진작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중앙홀 아래 전시된 ‘메타팜유닛’ 파빌리온(실제 크기의 임시건물). 건축 속 건축으로 천정의 다면체 유리돔 그림자와 어우러져 건축적 순간을 만들어낸다./김동규 사진작가/

    ◇옛집서 가져온 미래 건축= “우리 선조들은 플렉서블하게(유연하게) 사셨던 것 같아요. 안방과 사랑방, 부엌, 건넌방이 따로 있어서 필요할 때 방의 쓰임을 바꾸기도 했고요. 거기서 따 와 거실, 부엌 유닛들을 나눴죠. 여럿을 자유자재로 조합해 집과 마당 안팎을 더 폭넓게 사용하도록 만들었고요. 침대가 아닌 이부자리여서 여럿이 한방에 머물러도 되고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갑작스레 저녁을 먹어도 숟가락만 하나 더 놓으면 되는 찌개 같은 음식들에서 굉장히 크리에이티브(창의적인) 문화가 나온 것 같아요.”

    돔하우스 중앙홀에 실제 크기의 파빌리온(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이 들어섰다. 건축 속 건축. 이 건축물은 농촌 주거방식을 새롭게 제안한 ‘메타팜유닛’이다. 20년 전 남해에서부터 농촌 주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민성진 건축가가, 우리 전통적 집 구조 방식에서 착안한 미래형 농촌주택이다. 건물 위쪽의 선은 초가집과 기와에서 따 왔다. 대청마루의 높이 45cm를 적용해 공간의 안팎이 연결될 수 있게끔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다니며 건축을 느낄 수 있으며, 창호가 아직 없는 이 건축물은 ‘건축 과정에 있는 건축’으로 상상력을 키우게끔 돕는다.

    민성진 건축가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능과 감각의 레이어링’전에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민성진 건축가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능과 감각의 레이어링’전에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역성의 탐구= “(부산이 고향이다 보니) 아난티 코브 프로젝트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역 분들께 도움이 된다고 하니 좋고요.”

    민성진 건축가가 지난 1995년 설립한 건축사무소 ‘SKM 아키텍츠’가 맡은 프로젝트는 업무·교육·문화·상업 건축물, 교외와 도심, 단독 주택에서부터 수십만 평의 리조트까지 아우른다. (예술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아뜰리에 건축사무소’이면서도 대규모 현장까지 해내는 ‘특별하고 특이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그중 15개 주요 작업을 추린 것. 특히 자연을 존중하며 건축과의 상호작용을 살피고, ‘아난티 남해’를 설계했던 20년 전 민박에서 3~4년간 지역민과 교류하며 지역성을 탐구한 집념에 주목해볼 수 있다. 간척했으나 버려진 땅, 팔리지 않던 교외 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치된 영상과, 건축 모형, 사진에서 지역 문제에 공간적 해결책을 내놓는 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

    민성진 건축가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능과 감각의 레이어링’전에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민성진 건축가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능과 감각의 레이어링’전에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민성진 건축가.
    민성진 건축가.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 흙(클레이)과 건축(아크)의 합성어인 미술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처음부터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건립됐던 미술관의 정체성이 이번 전시로서 완성된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안규식 관장은 “2006년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설립됐으나 지금까지 건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이번에야 첫 순수 건축 전시를 열게 됐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릴 ‘돔 하우스 건축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세계적으로도 없는 건축 전문 미술관으로서 콘텐츠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7월 30일까지. 문의 ☏ 340-7000.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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