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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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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85) 자폐아 홀로 키우는 아빠

생계도 포기하고… 온기 없는 집에서 중증자폐 딸 홀로 돌보는 아빠
대소변 못가리고 발작 증세 등 불안함 보여
아이 돌볼 환경 안돼 활동지원사에 도움 요청

  • 기사입력 : 2022-12-19 20: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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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100만원가량 수급비 두 식구 생활 빠듯

    난방비 걱정에 기름보일러 틀 엄두도 못내

    “사타구니 헐어있는 아이 보면 마음 찢어져… 돈 생기면 가장 먼저 좋은 기저귀 입히고파”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좋은 기저귀를 입히고 싶어요. 늘 사타구니가 헐어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 이후 자폐아와 그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와 너무나 달랐다. 올해로 13살이 된 수정(가명)이는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생활한다. 중증 자폐를 앓고 있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민 채 들어선 수정이네 집은 밖의 온도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난방비 걱정에 기름보일러는 틀 엄두도 못낸다.

    수정이는 할아버지뻘인 아빠 기훈(가명·63)씨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2017년 뇌경색으로 세상을 떴다. 기훈씨는 “수정이가 유아기부터 발달이 느렸어요. 엄마의 정신질환과 폭력성 탓인지 친구를 괴롭히는 등 문제행동을 보이더라고요. 먹고사는 게 바빠 아이에게 자폐가 있다는 것도 그땐 몰랐어요. 엄마 질환이 심해졌고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수정이를 시설에 입소시켰죠”라고 말했다.

    수정이는 시설에서 10년가량 생활했는데 지적장애를 동반해 학습력이 매우 저조할 뿐 아니라 또래집단과 마찰도 잦았다. 이로 인해 강제 퇴소 당해 지난 여름 아빠 품으로 돌아왔다.

    환경이 바뀐 탓인지 수정인 하루에도 몇 차례 발작 증세를 보이고 집 안의 유리를 깨는 등 불안함을 보였다. 몇 시간씩 소리를 질러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공장과 일용근로 등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아빠는 생계를 포기하고 24시간 아이 옆에 붙어있어야 했다.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을 보내던 아빠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수정이를 돌보는 활동지원사는 “처음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바닥이 푹푹 꺼지고 천장 누수로 곰팡이가 온 데 피었더라고요. 아이를 씻기려면 가스로 물을 데워야 하고 수도가 고장나 설거지도 어렵고요. 요즘에 이런 집이 어디 있나요. 도저히 아이를 돌볼 환경이 아니다 싶어 주민센터를 찾아갔죠”라고 회상했다.

    이후 복지사각에 놓여있던 수정이네는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게 됐다. 민·관 협력 통합사례관리회의를 통해 지자체, 장애인복지관, 센터 등이 힘 모아 주거환경개선을 통한 양육환경개선과 생활지원,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발 빠르게 나선 구청의 도움으로 주거시설 보수를 받게 됐지만 여전히 채울 게 많다. 한 달 100만원가량 수급비로 두 식구가 생활하기 빠듯해 냉장고, 세탁기, 옷장, 침대 등은 살 여력이 없다.

    활동지원사는 “겨울이 오니 걱정이 커요. 대소변을 못 가려 이불을 자주 빨아야 하는데, 찬물로 손빨래를 하고 있거든요. 도시가스를 연결하지 못해 난방비 부담도 크고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수정이는 가장 싼 기저귀를 차고 생활한다. 하루에 다섯 개 정도 드는데 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아빠 기훈씨는 “여느 부모랑 다르겠습니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데, 약해진 아이의 피부를 보면 늘 미안하고 마음이 아리지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아빠는 고된 삶이지만 아이가 있어 버틴다. 기훈씨는 “지금까지 아빠 소리 한 번 못들었어요. 그 말은 꼭 듣고 싶어요. 녹록지 않지만 힘 닿는 데까지 책임지고 키울 겁니다”라고 다짐했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수정이가 원가정에 복귀하면서 주거, 양육, 경제 등 생활 전 영역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며 “수정이와 아빠가 보통의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만성적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취약가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11월 8일 16면 (81)고모를 엄마라 부르는 쌍둥이 자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55만5000원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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