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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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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척하면 착이지-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12-26 19: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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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며 우리는 혼돈 속에서 희미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 2022년을 맞이했고 참 많은 변화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참 많은 변화로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재정비가 되어가는 신기한 한 해였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의 많은 것들을 마구 흔들어 놓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물질적인 부분을 떠나 정신적으로 좀 더 풍요로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시대로 성큼 나아갈 수 있는 마법의 문을 열어준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글의 초성이나 한 글자에 관심이 생겨서 간혹 떠오를 때마다 연상되는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 오늘 문득 머릿속에 들어온 ‘척’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이 ‘척’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애용하고 있는 잘난 척, 좋은 척, 기쁜 척, 슬픈 척, 아는 척 등 가식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있어서 썩 그리 좋아 보이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의 플랫폼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주 쓰고 있는 가면 같은 것인 것 같다. 필자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름 정신적인 부분이나 삶의 방향성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에 다시 진지하게 살펴보니 실제적으로는 그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괜스레 혼란스러워진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노라면 그것은 당연한 거겠지만, 일상에서 나도 알게 모르게 그렇게 ‘척이라는 가면’을 쓰고 많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유난히도 길었던 올해의 달력도 어느새 마지막 한 페이지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곧 2022년이 막을 내리고 2023년 새해가 밝아온다. 그래도 예전에는 새해를 맞이하며 가슴 설레는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든건지 언제부터인가 그 설렘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갈수록 덤덤해져만 간다.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삶의 목표라고 정해놓은 나침반을 따라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고 단지 숫자만 바뀌는 느낌만이 더 강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가 바뀌는 즈음에는 그래도 습관적으로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는데, 한 해 동안 잘한 일, 못한 일, 놓친 일, 아쉬운 일 등 지난 일을 회상하게 되는 것 같다. 필자도 근래에 와서 생각이 있는 듯 없는 듯 멍하게 있다가도 어느새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올 한 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힘겹기도, 바쁘기도, 변화도 많았지만,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만큼 소소하게 놓친 것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반성을 하게 하고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내년에 해야 할 일들도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이렇게 저렇게 스케치를 해보기도 한다.

    문득, 스치듯 지나던 생각 하나가 필자를 잡아 흔들어 댄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잘 가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하는 질문에 멈춰서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것은 주기적으로 내면으로부터 오는 질문이지만 정말 이상한 것은 늘 같은 질문을 받는데도 받을 때마다 그 답이 매번 달라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내 머릿속의 나침반이 새로 바뀌어 버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참으로 이상하고도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고민해보는 중요한 의식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독자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각자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을 찾아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우리가 가면을 쓰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유지되는 필요한 요소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어떤 가면들을 쓰고 사는지에 대한 파악은 필요한 것 같다. ‘척하면 착’하고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신명 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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