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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은 겁이 났습니다. 당선자를 착각했다는 신문사의 전화가 걸려 올까봐서요. 힘든 일을 대하듯 기쁨을 미뤄두었습니다. 당선소감을 쓰는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 글감도, 사유의 바닥도 메말랐습니다.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찍 결혼을 했고 아이들이 컸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서른아홉. 문득 게을러지고 싶었습니다. 내 안에 고인 것을 흘려보내고 싶어졌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돌고 또 돌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뭘까? 그렇게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하루 20분 글쓰기를 하다가 소설 한 편을 완성했습니다. 그 후 대전 독립서점 삼요소 문인들과 또 미룸 갤러리 선배님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들을 만나는 일은 늘 소풍처럼 설레고 기뻤습니다. 특히 저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준 유응오 작가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제 글의 첫 독자였던 사랑하는 친구 은실. 목까지 차오른 ‘맞벌이’라는 단어 대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던 남편. 글 쓰는 엄마를 배려해 스스로 간식을 챙겨먹는 아이들. 그들이 없었다면 저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왜 소설을 쓰냐는 지인의 물음에 “그냥요. 소설은 그냥 저예요”라고 말했습니다. 막연한 질문에 더 막연한 대답을 해버렸습니다. 그런 제게,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며 따뜻한 길을 내어주신 경남신문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설 부문 당선자 이상희 씨 △1982년 경북 울릉 출생 △대전 거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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