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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편소설 부문에서 최종 후보작으로 거론된 작품은 총 6편이었다. ‘친밀과 다정 사이’는 연인과의 이별과 그 후의 심경을 요란하지 않고 세련되게 처리한 서술방식이 돋보였다. 문학은 미세하고 사라져 가는 것에 유독 눈길을 떼기 어려운데, ‘세신역’이 딱 그랬다. 폐업을 앞둔 목욕탕과 그곳에 들른 할머니들의 개별적 사연을 품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하나 이런 개별적 사연이 오히려 원심력처럼 흩어지는 점은 아쉬웠다.
‘고라니를 묻고 오는 길’은 당장 발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매끄러웠다. 고라니를 넘치는 남성성과 사라져 가는 남성성의 대비로 끌어올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동시에 그 점이 아쉬웠는데, 은유의 다의성이 오히려 모호성으로 작용해 주인공의 서사와 선명하게 연결되지 않았다. ‘도서관에 어항이 있다’는 ‘고둥’이라는 단어를 상징으로 활용하며 화자의 본성을 드러내는 구성이 빼어났다. 하지만 명사와 대명사의 활용 등이 아쉬웠다. ‘하울링’은 작가 의도를 뚜렷하게 부각하는 것이 장점이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렇게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우, 그 깊이나 신선함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
‘펭귄 섬’은 재미와 의미를 양손에 쥐고 관찰자 시선의 묘미를 탁월하게 살린 작품이다. 공섬에서 ‘펭귄 빵’을 구워 파는 외삼촌을 순수하고 재치 있게 그렸는데, 이런 소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의미의 공허를 사뿐히 절충하는 솜씨 또한 남다르다. 이익에 재빠른 세태에 밀려 육지에서 공섬으로, 다시 공섬에서 주변으로 끝없이 밀려나는 외삼촌의 뒷모습은 결코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더욱이 소재적 측면에서 경남의 신춘문예에 부합하는 지역색을 살리면서도 우리의 보편적인 사회 문제를 끌어안은 성공사례로 판단된다. 이러한 ‘펭귄 섬’에 당선의 영예를 바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당선자에게는 더욱 뜨거운 약진을 기원하고 모든 응모자에게도 새해에는 문운이 만개하기를 희원한다.
심사위원 해이수·배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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